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서울 국방부에서 회담을 열어 안보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가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에 부담스러운 의제들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군불을 땠다. 앞서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에 방위비분담금을 지금보다 5배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한·일 갈등, 북핵 문제 등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을 공략해 방위비를 올리도록 한 뒤 여타 동맹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태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당혹스럽다. 미국은 한국이 기왕에 제공한 방위비분담금도 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다시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을 ‘돈벌이 대상’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싶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8월 9일 (출처:경향신문DB)
미국은 또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부담스러운 요구들을 이번 회담에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긴장은 이란 핵 합의를 미국이 일방 파기하면서 촉발된 것이고, 유조선 피격사건도 진상이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 구성과 활동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 자칫 이란과의 관계 파탄은 물론 친이란 중동국가들과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도 수용할 수 없는 문제다. 이로 인해 한국이 미·중 간 군비경쟁에 휘말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중국은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반발해 북핵 문제 해결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천명해야 한다.
미국은 2011년 3월 이후 북한 방문 경험자의 미국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테러방지법에 따른 행정절차라고는 하지만 그 대상에 한국인이 가장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축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동맹의 처지를 배려하기는커녕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미국의 행태를 접할 때마다 ‘무엇을 위한 동맹’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새 일왕 “과거 깊은 반성”, 아베 총리는 안 들리나 (0) | 2019.08.16 |
---|---|
[사설]격화되는 홍콩 사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0) | 2019.08.13 |
[한·일 경제전쟁 특별기고]먹어삼키거나 갈라놓거나…일본의 한반도 관리구도는 안 변했다 (0) | 2019.08.08 |
[사설]수출규제 품목 추가하지 않은 일본, 살라미식 전술인가 (0) | 2019.08.08 |
[조호연 칼럼]한·일 갈등, 병 주고 약은 주지 않겠다는 미국 (0) | 2019.08.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