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어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령했다’는 내용을 실은 초등학교 5·6학년 사회교과서 4종을 검정에서 모두 통과시켰다. 이 조치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사회교과서는 “다케시마(독도)가 한국에 불법 점거돼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게 된다. 2010년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가운데 독도를 기술한 교과서는 1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지도에서 영유권을 표시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검정에서는 모든 출판사가 스스로 독도 영유권을 기술하는 것으로 강화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정부의 통일된 견해’, 즉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영하도록 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정한 데 이어 중·고교 교과서의 지도지침인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도 이를 포함시킨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아베 신조 정권의 교과서 왜곡 행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만 좀 더 불길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에게 한국에 빼앗긴 독도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그릇된 사명감과 애국심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해 자국민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할 책무를 포기함으로써 미래의 일본을 여전히 과거에 붙들어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자식세대에게 한·일 갈등의 씨앗을 심고, 부모 세대의 갈등을 유전시킴으로써 한·일 화해의 전망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외교부로 초치된 주한 일본 대사 (출처: 경향DB)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발표했고,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해왔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관계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본이 그렇게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못하더라도, 자극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는 자신의 말과 다른 행동이 무슨 파장을 초래할지 모르는 것 같다.
한·일 간 영토 갈등은 미래세대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다. 일본의 기성세대는 자신들에게 실효성도 없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후계 세대는 소모적인 갈등 대신 현실을 받아들일 만큼 합리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세대에게 이렇게 그릇된 교육을 하면 한·일관계의 정상화는 계속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후계 세대가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도 현 세대가 길을 터줘야 한다. 일본이 영원히 과거에 발목 잡히는 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정부가 미래에도 문제국가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바란다면 뭔가 깨우치는 바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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