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 국무장관의 “미 국민 안전 우선” 발언 우려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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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미 국무장관의 “미 국민 안전 우선” 발언 우려할 일 아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 16.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협상에 대해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한 지난 11일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국내 보수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초점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옮아가는 징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협상 성과에 급급해 미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인 ICBM 생산 중단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재개를 교환하는 ‘스몰딜’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억측도 나온다. 게다가 주일미군이 홈페이지에 북한을 중국, 러시아와 함께 동북아에서 핵보유를 선언한 국가라고 언급한 영상을 공개하자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뜻을 비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김정은 정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보수세력은 걱정한다. 아무리 우려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중동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도하 _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극히 온당하다. 어떤 대외 협상도 궁극적으로는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목표 아닌가. 폼페이오는 이 발언 뒤에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 핵심명제는 전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의 ‘미국민 안전’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앞뒤 맥락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는 미국 언론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풀 가능성을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것이다. 최종적인 비핵화로 이르는 도중에 북한과의 ‘주고받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며 이 과정의 어떠한 거래도 미국인 안전에는 영향이 없을 것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폼페이오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가 신뢰구축과 병행해야 하는 과정임을 트럼프 행정부가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이미 담겨 있다. 공동성명에는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선 신뢰구축-후 핵신고’의 비핵화 로드맵에도 접근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비현실적 대북정책이 뒤늦게나마 현실감각을 찾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불필요한 기우에 사로잡힐 것 없이 곧 시작될 북·미 고위급회담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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