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930~940년 백두산에서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 7급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난 것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화산 폭발이었다. 일본의 화산학자 마치다 히로시 교수(도립대)는
백두산 화산분출물의 용적이 적어도 100㎦에 이르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기 79년 폼페이를 매몰시킨 베수비오 화산폭발의
50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해동성국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발해가 백두산 폭발 때문에 저항할 새도 없이 멸망했다는 이설(異說)도
제기된다. ‘(거란군이) 싸우지도 않고 이겼으며, 920~930년대 사이에 총 60만명의 유민이 발해땅을 탈출했다’는
<요사> <고려사> 기록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그 후 1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백두산 대폭발설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20년 이내에 화산폭발이 일어날 확률이
99%”라고 예측한 화산학자(다니구치 히로마쓰 도호쿠대 명예교수)도 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지각판을 움직인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백두산 지표면의 팽창이 10㎝ 이상 감지되고 화산가스의 헬륨 농도가 대기의 7배에 이르렀다고 한다.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용암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어제 국민안전처의 의뢰를 받은 윤성효 부산대 교수팀이 백두산 화산폭발의 피해를 예측한 결과를 봐도 강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백두산에서 대폭발이 일어날 경우 남한에서만 최대 11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과 중국의 지질연구진은
백두산에 시추공을 뚫어 용암의 분출 가능성을 모니터하고 3차원 지도를 만든다는 등의 공동연구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두 나라만
의기투합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직접 타격을 입을 북한과, 폭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본 등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윤
교수팀의 연구를 보면 백두산폭발이 일어날 경우 최대 침수면적은 828㎢에 달한다. 천지의 물(20억㎥)이 범람한다면 최악의 경우
압록강·두만강·쑹화강 유역의 침수심이 20~109m에 이른단다. 당장 백두산 폭발이 임박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불안감을
조성해서도 안되겠지만 대폭발 가능성을 기우(杞憂)로 치부해서도 안되겠다. 차분하게 대비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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