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가 우려하는 미·중 ‘코로나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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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세계가 우려하는 미·중 ‘코로나 냉전’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5. 18.

(출처:경향신문DB)


코로나19 책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1979년 수교 이후 최악’ ‘미·중 신냉전’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험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거론하며 경제관계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인데, 정상적인 국가관계에선 나올 수 없는 극언이다. 


미 행정부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미국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가 공급될 수 없도록 수출규정을 개정하는 등 초강도 제재에 나섰다. 미국이 ‘경제번영 네트워크’라는 친미(親美) 경제블록을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 내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나 인도·베트남 등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들로 옮겨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이런 구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중 압박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도 걱정스럽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가 몇 개의 경제블록으로 쪼개져 대립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양국 간 긴장이 대만 해협 주변에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세계 1·2위 대국이 전방위적 대립으로 치닫는 현실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의 대응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중국에 뒤집어씌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언동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갈등의 회오리에 세계보건기구(WHO)까지 휩쓸리게 되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표류할 공산이 크다. 


걱정스러운 건 한국의 처신이다. 이미 사드 갈등으로 곤욕을 치른 우리로서는 이번 파고를 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익을 지키면서도 한편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고난도 외교가 요구된다. 국제사회와 연대해 미·중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 한국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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