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의 안정 해치는 이라크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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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동의 안정 해치는 이라크 분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6. 16.

다시 세계인의 시선이 이라크로 쏠리고 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라는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한 데 이어 수도인 바그다드 외곽지역까지 진격하면서 이라크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시아파 정부는 치안군을 동원해 반군 무장단체와 맞섰지만, 역부족으로 퇴각을 거듭해왔다. 결국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나서 시아파 민병대와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외국의 협력 없이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처지임을 그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수니파 무장단체의 목표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니파 지역을 통합해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섞인 아랍권의 여러 국가를 시아파 국가와 수니파 국가로 양분하고 분열시키는 위험한 기획이다. 그리고 중동 지역, 나아가 세계의 안보와 평화를 깨뜨리는 중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국들은 이라크를 조속히 안정화시키는 노력을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 주민들이 전날 바그다드 내 사드르시티의 시장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테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로이터 연합)


이라크가 이렇게 아랍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화약고로 변한 것은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이후이다. 부시 정부는 후세인 정권을 몰아냈다며 침공을 사후 정당화했지만, 이후 이라크 내전 상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정권을 잡은 시아파는 수니파, 쿠르드족 등 다른 종파·부족과 화해하며 하나로 통합된 국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분열을 거듭해왔다. 후세인은 사라졌지만 새로이 들어선 독재가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흡수하지 못하고 내전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그 결과 이라크는 지금 시아파·수니파·쿠르드 자치주 3개로 쪼개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은 부시 정부가 상상한 것과 달리 외부세계가 일방적으로 민주주의를 주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웅변해주고 있다.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필요와 노력에 의해 성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라크인들은 민주주의가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정치제도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종파와 부족이 다르다고 대립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제도는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권력 독점을 통해 자원까지 독점하는 방식으로는 작동되지 않는다. 독점은 분열과 갈등을 낳을 뿐이다. 시아파 정부는 분배와 균형을 통해 분열을 종식하고 화해를 달성하기 위해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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