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자회담, ‘올바른’ 남북관계가 한반도 평화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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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5자회담, ‘올바른’ 남북관계가 한반도 평화 해법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 22.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핵 6자회담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을 제외한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5자회담을 제안했다. 6자회담은 회담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는 동의하지만 5자회담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은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을 대화에서 압박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당사국인 북한을 제외한 협의체는 사실상 대북 제재에 초점을 맞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부가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까지 대화를 접어두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제재 일변도의 북핵 대응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증명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_경향DB


박 대통령이 이번 제안을 하기 전에 당사국들과 사전 협의를 했는지 묻고 싶다. 당장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이 이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제안하기에 앞서 성사 여부와 실효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핵능력 고도화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황에서 새롭고 획기적인 해결 구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압박 위주의 5자회담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북핵 해결보다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에 핵능력 고도화의 명분을 제공해줄 게 뻔하다. 특히 5자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 배치된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북핵을 아우르는 ‘한반도 문제’의 근본 해결책으로 평가받는 평화체제 구축을 해치는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회의체가 등장한다면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통일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의 추진 목표로 제시한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도 한반도 평화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바로 세운다는 복안이지만 경직된 대북 접근으로 어떻게 올바른 남북관계를 정립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3년간 대북 강경책을 구사했지만 올바른 남북관계보다 북한 핵실험 2차례 등 최악의 남북관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이 올바른 남북관계라는 것인지 통일부는 설명하기 바란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에 이어 대북정책에도 ‘올바른’이라는 독선적 표현을 쓰는 것도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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