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북한 정보’ 사이트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여적]‘북한 정보’ 사이트

by 경향글로벌칼럼 2021. 3. 12.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 동향을 전할 때 종종 등장하는 ‘38노스(38 North)’라는 미국 매체가 있다. 안보전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 산하의 이 매체는 민간상업위성이 찍은 북한의 사진을 분석해 핵과 미사일 실험, 군사시설 증강 등의 징후를 알리면서 유명해졌다. 최근에도 영변 핵시설 내 석탄 화력 증기 발전소의 굴뚝에서 약 2년 만에 연기가 나왔다며 “북한이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웹사이트 ‘비욘드 패러렐(Beyond Parallel)’도 비슷한 성격의 매체다. 이곳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 북한 동창리 발사장의 엔진 시험대와 발사대가 복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매체들은 위성 사진을 근거로 한 북한 동향 분석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북한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분석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38노스의 제니 타운 프로그램 사무차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 행사의 화상 연설에서 “위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정보원이기도 하고 북한 관련 분석 정보를 공개할 때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매체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불확실한 첩보를 중요 정보인 양 제공하고, 외신과 보수언론들이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38노스를 “안보 상업주의에 토대한 기관”이라고 혹평한다. “영변에서 건물 하나 짓는다고 핵 활동과 연계시키고, 보수공사를 시설 확대라고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적대시 시각에 치우친 이들의 분석이 국제사회의 객관적인 대북 시각 조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통일부가 38노스 등과 차별화된 영문 웹저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이 한국의 관점에서 분석한 북한 및 남북관계 관련 연구자료들을 영문으로 게재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균형된 시각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정부 시각을 과도하게 반영한다면 그 또한 정보 왜곡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news.khan.co.kr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