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한의 미국 대선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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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한의 미국 대선 대처법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3. 31.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만명을 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코로나19의 확산 책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전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집권 후 이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글로벌감염예방프로그램 예산을 80%나 줄였고, 내년도 글로벌보건프로그램 예산도 30억달러나 삭감하는 등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삭감했다.


고용, 주가 등 경제실적으로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 초반에 우세를 보였지만, 감염병 확산으로 실업자가 늘고 주가가 폭락해 위기관리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미 대선은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11월3일 대선일까지 시간이 있어 속단하기 이르지만,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우리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가 재선될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지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현 북·미 협상 방식을 되풀이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3월 중순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북·미 관계개선 구상을 제시한 데서 보듯이, 그가 재선되면 본격 협상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 협상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외교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는 정책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 후보경선은 28명에서 출발해 지난 3월3일 슈퍼화요일을 거치면서 이제 중도파 조 바이든과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그 뒤 치러진 경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바이든이 오는 7월16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바이든은 작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라고 불러 북한당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방식을 비판했지만 외교적 해법과 조건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했다. 그는 웹사이트 공약집과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동맹국 및 중국 등과 조율할 것이며,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가 대북 해법의 청사진을 제공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국가 명운이 달린 북한으로서는 트럼프에게만 올인할 수는 없을 것이고 민주당 집권에도 대비하려 할 것이다. 여기서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타결된 JCPOA에 주목이 필요하다. 이는 독일이 중재를 맡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참여한 ‘5P+1 방식’의 협상 틀에서, 이란이 핵시설의 성능과 수량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북한의 협상상대로 미국 외에 중국, 러시아, 그리고 유럽의 안보리상임이사국 영국, 프랑스가 참여하는 방식이 된다. 여기서 우리 정부는 독일이 했던 중재자 역할을 맡아 새로운 협상 포맷이 만들어질 때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대행의 오스트리아 대사 임명이 눈에 띈다. 그는 1990년대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6자회담 성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핵협상 전문가이자 미국 전문가이다. 협상 타결 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시설의 감시·검증·사찰을 맡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그가 유럽국가들과 접촉해 새로운 협상 포맷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을지도 두고볼 일이다.


향후 북한의 태도에서 중요한 것은 미 대선 때까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년 말 북한 당중앙위 전원회의는 ‘새로운 전략무기’의 시험발사를 예고했다. 금년 들어 네 차례 단거리발사체를 쏜 북한이 전술무기를 넘어 전략무기 시험발사로까지 나간다면 미 대선에서 북한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지 모른다. 이는 대선 후 북·미 협상 재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미 대선 전에 한국과 미국이 제안한 공동방역을 위한 의료지원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유엔안보리 제재하에서 당창건 75주년 사업으로 추진 중인 평양종합병원도 건물 완공은 몰라도 최신 의료장비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한·미 의료협력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북·미 협상의 재개에 대비해 제재의 면제 또는 완화의 명문과 실리를 축적할 기회도 된다.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스스로 내세운 ‘정면돌파전’ 추진을 위해서도 북한당국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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