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드라마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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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김재중의 워싱턴 리포트

트럼프 탄핵 드라마의 결말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1. 29.

“당신은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신경이나 쓴다고 생각하는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 위에 올렸고, 폼페이오 자신도 무관치 않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끊은 뒤 신경질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으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했던 군사원조를 연기시키면서 연계시켰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작년 가을 불거진 이후 반년 가까이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 다수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의도는 겉으론 언론이 편파적으로 이 사안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려는 것이었고, 속으론 자신을 곤혹스럽게 하는 주제를 회피하려는 데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드라마’가 지금 처한 상황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드라마는 대단원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 탄핵추진위원들의 마라톤 변론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론이 곧 끝난다. 상원의원들의 질의응답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탄핵 여부를 가리기 위한 표결이 이번주 후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대단원을 앞두고 긴장이 최고조에 올랐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드라마에 대한 미국 대중의 관심은 되레 사그라들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조사를 보면 상원 탄핵심판 심리 첫날인 21일에 비해 23일 생중계 시청률은 29%포인트나 감소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한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뉴스휩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다. 하원에서 탄핵조사 청문회가 시작된 작년 11월13~15일과 상원에서 탄핵심리가 시작된 지난 21~23일을 비교했더니 소셜미디어에서 탄핵 관련 상호작용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모두가 드라마의 결말을 알고 있는 데다 내용도 하원에서 훑은 내용의 재탕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를, 여당인 공화당이 상원 과반수를 차지한 미 의회 의석분포를 감안하면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상원에서 무죄로 막을 내린다는 것은 탄핵 드라마가 시작될 때부터 예정돼 있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기술한 회고록 내용 일부가 공개되면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 기미가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란 관측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드라마에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가 여기서 완전히 끝날지, 약 10개월 뒤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애덤 셰보르스키가 민주주의를 ‘경쟁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도화된 정치체계’라고 정의했듯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 11월 선거에서 누가 웃는지를 보는 것이 재미없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드라마를 보는 묘미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드라마 속 연기자인 미국 정치인들이 이토록 진지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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