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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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스러운 한·미·일 협력의 길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프놈펜 | 강윤중 기자 1909년 11월3일 미국 워싱턴의 윌러드 호텔. 주미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본 국경일 만찬 행사에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필랜더 녹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그는 일주일 전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 이토’라는 “영웅”의 “때 이른 잔혹한 죽음”에 온 미국이 슬퍼하고 있고, 이는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에게도 “깊은 개인적 상실”이라고(황준식, ‘1910년의 국제법 풍경’, 서울국제법연구 27(2)). 그 윌러드 호텔은 이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2022. 12. 14.
[여적] 소프트 쿠데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수도 리마 의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국회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의회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페루에서는 탄핵 이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찬반집회를 여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페루 헌정사에 기록된 쿠데타는 알베르토 후지모리(1990~2000년 재임·수감 중)의 1992년 ‘셀프 쿠데타’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임기를 못 마치고 물러나거나 끌어내려진 대통령들로 넘쳐난다. 특히 2018년 이후 지금까지 6번째 대통령을 맞았다. 이 가운데 2명만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무장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쿠데타.. 2022. 12. 14.
파업 대응, 영국 정부는 달랐다 올겨울 영국은 파업의 열기로 뜨겁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피로도가 극에 달했던 필수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과 연대가 눈에 띈다. 이번달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간호사노조가 106년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나설 예정이며, 이미 지하철, 철도, 버스, 중·고등교사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었고 또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말, 영국 대학노조에서도 연금 삭감 문제와 임금 인상 요구, 교직원의 불안정 계약 구조, 업무량 과중, 임금 불평등 개선 등을 둘러싼 분쟁으로 3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영국 전역 150여개 대학의 7만여명의 교직원이 참여하며 대학노조 파업 역사상 최고 규모의 파업을 기록했다. 나도 이번 파업에 참여하여 계획된 강의를 취소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우.. 2022. 12. 7.
[여적] 해외 경찰서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확인한 중국의 불법 해외 경찰서가 운영되는 국가. 한국은 지난 9월 보고서에는 없었으나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제공 2차 세계대전 후 ‘제국’에 근접한 나라를 꼽자면 미국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국은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경영한 과거의 제국주의와는 조금 다르다. 미국의 정치학자 찰머스 존슨은 미국을 ‘군사기지의 제국’으로 규정했다. 존슨은 자신의 저서 에서 미국이 가진 최소한 700여개의 해외 군사기지가 미국의 상업적 이익 보호를 위해 어떻게 활용되며, 이들이 미국인을 포함한 세계인들을 어떻게 감시하는지에 주목했다. 존슨은 이런 군사 제국주의가 미국 민주주의를 위축시킨 것은 물론 정치·경제·도덕적 파탄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제국’ 미국의 도덕적 .. 2022. 12. 6.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란 말은 용도가 따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란 말을 자주 쓴다.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 관련 질문에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모든 질서와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소개하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현상 변경 반대’는 남중국해·대만해협 등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2022. 12. 2.
달라진 민심, 숫자에 담긴 해법 지난 주말 아파트 주민위원회가 운영하는 단체대화방에 단지 내에서 이틀 연속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한 주민이 매일 의무적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검사에 참여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매일 검사를 권장한다”고 답했다. 질문했던 주민은 “강제가 아닌 것이 좋다. 나는 국가를 위해 자원을 절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주민 전수 검사를 하는 것이 자원 낭비라고 꼬집은 것이다. 지난 5월 베이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준봉쇄 상태에 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거의 열흘간 매일 이뤄지던 주민 전수 검사에도 불평하는 이는 하나 없었다. 오히려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서로 협조해야 한다며 정부 방침을 적극 지지하고 옹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팬.. 2022. 11. 30.
[국제칼럼] 월드컵을 둘러싼 정치 논란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중동과 이슬람 국가 중 처음으로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면서, 카타르를 비롯한 걸프 지역에서는 카타르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개최 후까지 그 어느 월드컵보다 뜨거운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부터 정치적인 논란들이 넘쳐났다. 9월 이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이란에서는 이란 국가대표팀이 시위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강하게 일어났다. 이란 시위대들의 거센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이란 국가 대표선수들은 잉글랜드 경기 직전 조국의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내내 굳.. 2022. 11. 23.
[경향의 눈] 트럼프의 착각, 바이든의 착각 ‘파도는 없었고 잔물결만 일었을 뿐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한줄평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의 압승이라는 ‘레드 웨이브’는 물거품이 됐다. 공화당은 상원 탈환에 실패했다. 하원조차 겨우 몇 석만 앞설 공산이 크다. 선거 전 떠들썩했던 압승 예측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보통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평균적으로 하원 28석, 상원 4석을 잃는다고 한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하원 54석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하원 63석, 상원 7석을 공화당에 넘겨줬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라 할 만하다. 공화당 패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부정 주장과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뒤집기 판결에 .. 2022. 11. 17.
한국판 인·태 전략 공개에 부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반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한국판 인·태 전략의 구체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 나서 이틀 뒤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 덕분이다. 대북 확장억제 강화, 인·태 수역에서 불법 행위 공동 대응, 경제안보 협력까지 망라한 이 성명은 미국이 3국 협력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중국 견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이 성명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한.. 2022.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