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윤희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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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윤희일의 특파원 칼럼47

개봉박두 ‘아베 극장’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데 있어서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는 시기가 있다. 사람들은 대개 1주년, 3주년, 5주년, 10주년, 30주년, 50주년, 60주년 등을 특별하게 여긴다. 60주년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는 100주년이다. 70·80·90주년은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70주년’을 앞세운 ‘거대 이벤트’ 하나가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발표하기로 한 ‘전후 70년 담화’가 그것이다. 사실 그의 70주년 담화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등 2명의 전 총.. 2015. 7. 28.
[특파원칼럼]언론 ‘급소’ 노리는 정권 “언론을 응징하는 데는 광고료 수입을 없애는 것이 제일이다.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지난달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지지하는 자민당 의원들의 모임에서 이런 발언이 쏟아졌다. 모임에 강사로 나온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전 NHK경영위원)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오키나와(沖繩) 지역의 2개 지방신문이 아베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키나와의 2개 신문은 부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과 그 주변 인사들의 언론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달 한국에서는 비슷한, 아니 더욱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정권의 생각이 아니라, 정권의 생각이 담긴 ‘행동’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지.. 2015. 7. 7.
수도 이전, 한국을 배워라 일본 대학의 연구원으로 있던 2004년 도쿄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에 “수도의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들어 있었다. 수도이전 추진 단체는 전단지에서 “과밀상태의 수도권을 살리고 지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도쿄에 집중돼 있는 수도의 기능을 지방으로 대거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도이전 논의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한국 사회는 달랐다. 2003~2004년 한국 사회는 수도이전 논쟁으로 뜨거웠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수도의 지방이전이 서울과 지방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라면서 행정수도 건설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노무현 정부의 이 사업은 기득권 세력의 반대 의견과 충돌하면서 한국 사회를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헌법재.. 2015. 6. 16.
너무나도 다른 청춘의 삶 20대 청춘, 그들의 너무나 다른 ‘삶의 질’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일본의 한 지방대를 졸업한 뒤 4월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과 최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자신들이 졸업한 대학과 학과의 취업률은 한결같이 100%에 육박한다고 했다. 게다가 이들은 졸업하기 1년 전,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자신들의 직장이 정해졌다고 했다. ㄱ씨는 지난달부터 일본의 한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졸업 1년 전인 지난해 초 본격적인 ‘슈카쓰(就活·취직활동)’에 들어갔다. 몇 개 기업에 넣을 서류를 쓰면서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경험담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고득점 토익성적표 등 이른바 ‘스펙’을 증명할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2015. 5. 26.
신뢰 버린 jtbc 일본 방송계에서 벌어지는 시청률 경쟁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5대 민방과 NHK 등이 벌이는 시청률 다툼은 차라리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정도이다. ‘전쟁’ 수준의 시청률 경쟁을 상징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03년이다. 그해 10월 일본의 대표적인 민방인 니혼TV의 한 프로듀서는 자신이 관여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청률 조사대상자를 매수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이 프로듀서는 흥신소를 통해 알아낸 시청률 조사대상자에게 상품권 등을 주고 자신이 관여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비를 부풀리면서까지 마련한 돈으로 진행한 그의 ‘시청률 조작’이 실제 시청률에 미친 영향은 그러나 최대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방송계에서는 이.. 2015. 5. 5.
아베·하시모토의 ‘개헌연대’ 한국은 수도 서울에 거의 모든 힘이 몰려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 간사이 지역의 중심인 오사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 도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세력을 갖고 있다. 일본 정계는 현재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 1당이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 오사카는 다르다. 오사카는 현재 유신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지배하에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부 지사와 오사카 시장 자리를 옮겨가면서 오사카의 행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 1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41개 광역의회 가운데 40개 의회에서 제1당을 차지했지만, 오사카부에서만은 유신당이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에게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 2015. 4. 14.
공영방송 NHK의 ‘정언유착’ 최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발생 4주년을 맞아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다녀왔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모습은 처참했다. 상당수의 지역은 아직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남아 있었다. 후쿠시마가 처한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 등으로 알아보기 위해 후쿠시마현을 방문, 현 관계자로부터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최근의 지역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비해 최고 60~70%까지 감소했던 외지 관광객 수가 2013년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는 통계가 그것이었다. 그해 9월 관광객 수는 사고 이전의 100% 수준까지 회복됐다. 상당수 지역의 방사능 오염이 여전한 후쿠시마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현 .. 2015. 3. 24.
아베 신조 정권의 ‘조급증’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받은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가 실외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뉴스가 TV와 신문 등에 연일 보도됐다. 지요다구는 거리의 금연구역을 사람들에게 보다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길바닥에 금연그림을 표시해 놓기까지 했다. 당시 나는 흡연자의 설자리를 하나씩 빼앗아가버리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 지자체의 이런 소동을 보면서 ‘일본은 머지않아 담배 피우기가 어려운 곳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이며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인 일본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일본의 거의 모든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흡연이 자유롭게 .. 2015. 3. 3.
아베의 ‘호네누키’ ‘호네누키(骨拔き).’ 동물·생선 등에서 뼈를 발라내는 행위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어떤 것의 알맹이를 빼버림으로써 무력화시키는 행위를 빗댈 때 많이 쓰인다. 지난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시도한 고노담화 작성과정 검증이 바로 이 ‘호네누키’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2012년 12월 말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고노담화 작성과정에서 한·일 정부 사이에 물밑 협의가 있었다’는 식의 주장이 우익 언론과 정당 등에서 쏟아졌다. 이후 2014년 2월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우익 야당은 “고노담화에 대한 검증 의사가 있느냐”고 따졌다. 사실상 검증에 나서라는 압력이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검토하겠다”고 화답했고, 얼마 후 아베 총리도 “(고노담화 검증의.. 2015.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