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용’ 된 북한·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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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내정치용’ 된 북한·시리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3. 11.
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세계의 골칫거리 북한과 시리아가 각각 탈북자 문제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또다시 국제정치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세계적 공분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 인권침해 이슈가 미국과 한국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이념대결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당 국회의원이 단식을 하고, 일부 연예인들도 선봉에 나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중국 정부와 북한 당국을 비난하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보수진영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야권과 진보세력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탈북자 송환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탤런트 차인표 (경향신문DB)


 

 한편 미국에서는 공화당을 위시한 보수세력들이 시리아 사태를 놓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희생된 이가 8500명에 달하는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즉각 시리아를 공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롬니와 샌토럼은 당장의 공습은 찬성하지 않지만, 오바마의 외교무능에는 날을 세웠다.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유화외교까지 함께 도마에 올리며 미국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린 오바마는 군통수권자로서 자격미달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양국 모두 총선과 대선을 맞는 상황에서 인권이라는 본질보다 이념갈등을 덧입힌 국내 정치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경제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오바마 외교에 흠집을 내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해온 야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정부에 대한 비판인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보다 야권에 비난이 집중된다는 차이가 있다. 보수진영은 모처럼의 호기를 놓칠세라 진보진영의 이중성을 부각시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탈북자 강제북송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반대는 이념을 떠나 당연한 의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진보진영이 반성해야 한다. 

인권이 진보의 대표적 가치임에도, 국내 인권문제와는 달리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이 선점했다. 지금까지 보수진영이 대북강경책을 정당화하고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활용해왔다는 점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에 대한 진보의 반대 표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송에 관한 1차적 책임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북한 인권 이슈를 북한 당국을 공격하는 소재로는 이용하면서도, 탈북자에 대한 근본대책은 없이 목숨 걸고 한국 및 제3국 공관에 들어온 ‘운 좋은’ 사람들만 받아들여 오지 않았던가? 

또한 한·미동맹 강화라는 이름하에 친미일변도를 고집함으로써 대중국 관계가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이 되게 만들었다. 중국 정부도 남한 정부의 탈북자 북송에 대한 정치권의 항의를 ‘선거용’으로 폄하하고 있으며, 시간이 가면 잠잠해질 사안으로 본다고 한다.

한국의 항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외교력을 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북채널도 모두 끊어버리고, 효과적인 대중 외교채널도 부재한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전혀 없다. 

남북이 대결적 구도로 가고, 한·미동맹의 강화가 북·중동맹의 강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자초하면서, 중국이 우리 요청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답답하다. 그리고 진보진영이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처럼 보수진영이 현 정부의 무능에 대해 압박하지 않는 것 역시 이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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