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경제 6대 강국 브라질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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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경제 6대 강국 브라질의 ‘그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 15.
[국제칼럼]경제 6대 강국 브라질의 ‘그늘’
이성형|서울대 라틴아메리카硏 교수


브라질이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6위에 올랐단다. 작년 연말쯤에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가 이렇게 발표했다.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브라질-영국 순이라고. 센터의 CEO 더글러스 맥윌리엄의 평가이다. “브라질은 오랫동안 축구로 유럽 국가들을 유린했는데, 이제는 경제도 앞서간다는 것이 새로운 현상이다. 세계경제 리그 대진표는 경제지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국가들과 1차산품 경제들이 리그전 선두로 올라오고 유럽은 뒤로 처지고 있다.”

유럽은 금융긴축과 저성장으로 향후 10년간 계속 침체를 면치 못하리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브릭스 국가나 아시아 국가들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제 지정학의 판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브라질의 재무장관 기도 만테가는 2015년에는 프랑스를 물리치고 5강에 진입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스타디움(AP연합뉴스)


 
중장기 추세가 과연 그렇게 굴러갈지 두고볼 일이지만, 이 뉴스를 다루는 태도는 대서양의 양안을 둘러싸고 확연히 구분된다. 영국의 ‘가디언’이나 스페인의 ‘엘파이스’는 브라질의 부상을 열렬히 홍보한 반면에, 정작 브라질의 언론이나 이웃 아르헨티나 언론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언론들은 주로 유럽의 추락을 강조하며, 리그전 랭킹이 계속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을 노출한 반면,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언론들은 대부분 “글쎄올시다” 분위기로 일관한다.



첫째, 현재 달러 가격으로 GDP 순위를 산정할 경우 고평가된 헤알화의 거품이 반영된다. 2011년 경상가격으로 GDP 순위를 매기면 2조달러를 상회하는 브라질이 영국을 밀어낸다. 하지만 2010년 달러 기준으로 계산을 하면 영국 경제가 1조7000억달러인 반면, 브라질은 9161억달러에 불과하다. 

둘째, 경제 강대국의 순위는 단순 GDP 비교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10년간 경상수지 적자를 면치 못했고, 이를 주로 해외저축으로 메웠다. 이런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현재 고금리, 저환율, 저신용의 구조적 문제점들은 건전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셋째, 경제 강대국이 되려면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주요한데, 아쉽게도 브라질의 성장을 추동하고 있는 것은 첨단 제조업이 아니라, 1차산품의 수출 붐이다. 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유래된 1차산품 붐은 브라질 경제에 덕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브라질은 현재 ‘조숙한 탈공업화’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공산품 부문은 적자를 보이는 반면, 1차산품의 흑자만 계속 증가하는 전형적인 ‘네덜란드병’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여전히 취약하고, 고평가된 헤알화와 고금리 때문에 첨단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답보 상태이다. 과연 대두와 철광석 그리고 석유 수출로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브라질의 식자층은 회의적이다.

넷째, 6대 강대국으로 불릴 만큼 사회경제적 지수들은 건전한가? 브라질의 1인당 GDP는 70위 수준이고, 인간계발지수로는 84위에 그친다. 재무장관 만테가는 향후 20년 내에 오늘날 유럽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지만, 경제평론가 구스타부 파투는 “현재 속도로는 2040년 이후라야 1인당 소득이 현단계 영국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교육, 보건, 제도의 질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브라질은 분명히 ‘미래의 나라’가 아니다. 성큼성큼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 산재해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국굴기는 더딜 것이다. 거시경제의 문제를 논외로 하고도, 고질적인 빈부격차,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취약한 도시의 치안, 그리고 부패와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강대국 부상의 지속가능성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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