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다시 불타는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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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다시 불타는 가자지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1. 19.

중동에는 또다시 전쟁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지난 14일 이후 무차별 폭격을 가해 5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수천명에 달하는 부상자와 이재민은 물론이고 가자지구의 실질적 정부인 하마스 본부 청사가 폭격을 당했다.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이스라엘에서도 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위권을 내세우며 보복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가자지구 완전 봉쇄와 지상 공격으로 22일 동안 14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쟁은 아흐마드 자바리 하마스 최고 군사령관을 이스라엘이 표적 살해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전투기 폭격으로 영적 지도자인 살라 셰하데와 아흐메드 야신, 군사령관 압델 아지즈 란티시 등을 차례로 잃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유엔회원국 가입 신청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은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아랍민주화 이후 고립이 심화된 이스라엘의 도발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첫째, 중동의 가장 큰 우방이었던 터키와의 우호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봉쇄된 가자 주민들에게 전달할 인도적 물품을 싣고 가던 국제구호선을 공해상에서 공격해 터키 평화운동가 10여명을 살해한 사건 때문이었다. 둘째,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 이후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셋째, 이란 핵무기 개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해법이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위협이 크게 증대됐다. 넷째, 중동분쟁의 중요한 당사자인 이웃의 시리아에서도 유혈내전이 2년째 계속되면서 지역 내 불안이 이스라엘에 엄습하고 있다. 다섯째, 곤경에 처한 네타냐후 정부가 내년 1월22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강한 이스라엘을 보여주려는 선거용 포석도 깔려있다. 


결정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우호적인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큰 부담거리였다. 미국이 이스라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기 위해 이번에도 유엔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과 아랍의 저항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유엔 가입 의사를 철회하도록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유엔 회원국들에는 팔레스타인의 폭력성을 노정시켜 아직 국가로서 모습을 갖추지 못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전략적 조치가 절실했다. 이스라엘이 당사자 간 협의를 중시한 오슬로 평화협정 폐기를 들먹이며 팔레스타인의 유엔가입신청을 저지시키려는 이유다. 결국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급변하는 중동에서 새로운 입지를 마련하고 힘의 구도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다목적을 갖고 있다. 중동평화 재개를 약속하며 새롭게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의 신중동정책의 골격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있다.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폭격으로 허물어진 건물을 쳐다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중동의 질서재편이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예멘 등 아랍 민주화 시위로 붕괴한 과거정권의 가장 큰 특징은 친미적 독재체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이슬람 정치조직이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등장했다. 새로 출범한 아랍정권들이 기본적으로는 서구와 협력하고 공존의 구도를 이어가겠지만, 국민여론의 지지기반 위에 등장한 정권이기 때문에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지 문제나 팔레스타인 공격 문제에는 단호한 반대입장을 표방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직후 곧바로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은 터키 총리 및 카타르 국왕과 이번 사태를 논의했고, 히샴 칸딜 이집트 총리와 라피크 압데살렘 튀니지 외무장관은 가자지구를 전격 방문해 이스라엘의 초법적 공습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악수를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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