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대선 후보는 G2 시대 외교전략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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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대선 후보는 G2 시대 외교전략 있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1. 11.

황재호 |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미·중 양강체제(G2)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향후 10년 중국을 이끌 최고 지도자로 등장하면서 G2시대의 의미와 한국의 대응전략 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중국을 G2로 호칭하며 국제사회에 더 많은 기여와 역할을 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G2를 중국어로 강하게 발음하면 ‘찌뚜’인데 우리말로 질투라는 뜻이다. 인도와 일본 등은 왜 우리는 아니고 중국이냐며, 미국에 섭섭해하면서 중국을 질투했다. 그러나 인도·일본 등이 그동안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면 미국이 그토록 빨리 중국에 G2카드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도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에 등장하는 바람에 거칠고 투박한 외교를 펼쳤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부터 시작해 남중국해 분쟁과 센카쿠·댜오위다오 갈등을 거쳐 연평도 포격사건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강경한 대응은 이 지역에서 ‘중국위협론’을 재확산시켰다. 이에 반해 오바마의 스마트 외교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져서 미국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아시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이 본격화하면서 서태평양지역에서의 미·중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이 지역에서의 판이 그대로 유지되느냐 바뀌느냐, 만약 바뀐다면 어떻게 바뀌느냐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귀환 중에서 ‘군사적 귀환’이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도전은 단순히 군사적 귀환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전방위적 귀환으로만 가능하기에 미국은 세 영역의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반접근 및 지역거부 전략(A2AD)을 무력화시키는 합동작전 접근개념(JOAC)의 ‘군사적 귀환’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처럼 중국을 배제한 경제질서 수립의 ‘경제적 귀환’, 동맹과 파트너십 국가들을 연계하는 ‘외교적 귀환’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자 한다. 


이에 중국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강경한 대응이 미국을 이 지역에 불러들이는 자충수를 두었다고 반성하며 다시 신중모드로 전환했다. 중국이 미국에 제안한 ‘21세기 새로운 대국관계’로의 격상 강조도 이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TPP 대신 ‘아세안+3’와 양자 FTA를 수립하고, 군사적으로는 매년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해 해공군력과 우주·사이버전력을 증강함으로써 미국의 견제와 개입에 대응하려고 한다.


미국은 아시아에 귀환하면서 한반도에도 귀환하였다. 올해 6월 한·미 제2차 2+2회담 합의는 북한과 동북아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인도와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시도하고 미사일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 귀환이라는 큰 틀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을 의미한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의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MB정부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세 후보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세한 정책변화에도 미국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며, 중국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미·중 양국이 앙숙이 되면 한국은 더욱 이 눈치 저 눈치 봐야 한다. 반면에 미·중 양국이 사이좋은 대국관계가 되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세 후보 모두 외교비전과 대응책을 말하고 있지 않다.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현재의 대선 국면이 안타깝다. 세 후보에게 거는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더 엄습하는 이유이다. 그나마 차기 대통령은 이것이 단순한 기우였음을 입증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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