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중국은 ‘항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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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중국은 ‘항모스타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2. 9.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주 중국에 다녀왔다. 새 아저씨(鳥叔), 중국에서 가수 싸이를 부르는 이름이다. 아마도 ‘새’라는 그의 히트곡에서 따온 듯하다. 미국에서만치 훨훨 날지는 못했지만 중국에서도 꽤 높이 날고 있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여러 언론매체가 싸이를 소개하면서 그의 인기를 전하고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에서는 말춤을 따라하는 학교스타일, 경찰스타일, 체육관스타일 등 각종 강남스타일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각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이념적 시각. 강남스타일은 서방국가가 좋아하는 문화적 코드이다. 싸이가 미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많은 상을 받고, 특급 대우를 받음으로써 다른 국가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했다. 지방사람이 서울에 가고 싶듯 변방국가는 제국의 심장에 가고 싶은 것이다. 중국의 내심은 그렇지만 머리는 미국식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 문화적 자존심이 대단한 중국이 미국 따라하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음은 부러워하는 시각. 인구 5000만명의 작은 나라 한국의 가수가 9억명이 클릭하는 세계적 댄스곡을 만들어냈다. 왜 14억 인구의 중국은 이런 인재가 없을까? 대체 이 조그만 나라의 문화적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가?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한류드라마 <대장금>을 좋아하고 중국의 청소년들이 동방신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구한 문화전통을 가진 중국이 왜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고민스럽다.


중국 아이웨이웨이의 중국 정부를 비판한 '강남스타일' 패러디 영상 (출처: 경향DB)


 그러나 대다수는 분발하자는 시각이다.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무엇, 대국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열광하는 중국의 문화코드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이미 시동을 걸었다. 한류를 개방하면서 한국문화의 강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롭게 창조해 나가고 있다. 향후 20~30년 이후면 중국의 문화력은 국가위상에 걸맞게 세계적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에야 랴오닝호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됐다. 그 기쁨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함재기의 이착륙 가능으로 항모의 전투력이 격상되었다. 강력한 중국해군은 이제 인근해에서 원양대해로 나아가게 되었다. 중국인민의 남녀노소가 모두 애국주의에 휩싸여 있다. 국가적 영예와 민족적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러한 감정을 강남스타일이 간단히 해결해주었다. 


젠15 전투기의 이착륙을 지휘하는 항모요원을 강남스타일로 패러디한 것이 지금 중국에서 최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오쩌둥이 중국은 일어선다고 한 이래 중국은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일어섰다. 이제 군사적으로 일어서면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룰 수 있게 된다. ‘항모스타일’은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항모스타일은 이미 연예오락을 넘어 국가대사와 천하를 논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가사는 중국의 미래를 잘 노래하고 있다. “나는 사나이,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그런 사나이,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hey,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오빤 중국스타일!”


싸이는 얼마 전 만해도 B급 가수였다. 그러나 노래 한 곡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그의 노래에는 상상력, 파괴력, 호소력이 담겨있다. 싸이가 A급이었다면 이것이 가능했을까? 가수 싸이가 천안함, 연평도, 핵실험, 가장 최근의 미사일까지 암울한 모습만 보이던 한국의 이미지를 한방에 날렸다. 정부나 정치지도자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 것이다. 미국과 세계 주요 명사가 싸이를 만나고 싶어한다. 중국인의 기쁨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가수 싸이는 하는데, 스스로 A급이라고 믿고 있는 정치권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계최고의 대한민국 스타일, 국제적 이단아 북한마저 녹여내는 우리의 대북정책 스타일을 만들어낼 ‘정치권의 싸이’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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