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북 장애인 교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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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남북 장애인 교류를 응원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9.

아시아 대륙은 매우 넓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분포돼 있고 인구도 많다. 그런데 전 세계 장애인의 65%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에는 왜 이렇게 장애인이 많은 걸까? 그것은 아시아에 저개발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 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장애를 뛰어넘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장애인 인권과 복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축제가 오는 18일 인천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41개국에서 6000여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인 것도 자랑할 만하지만, 그보다 북한이 처음으로 국제장애인체육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물론 장애인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북한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북한이 인천대회에 육상 등 4개 종목에서 9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은 파격적이다. 이제 북한도 자기네는 장애인이 없다고 더 이상 우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북한 장애인선수단을 이끌고 오기로 돼있던 리분희 서기장은 조선장애인체육협회 회장이다. 장애인체육협회가 있는 걸 보면 북한에도 장애인복지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리분희 회장은 23년 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 선수와 남북한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 온국민의 마음을 벅차게 했었다. 그런 사연을 갖고 있는 북한 탁구의 여제가 장애인 부모라는 것이 알려져 또 한번 가슴에 애잔함을 주었다. 리분희 회장의 아들이 뇌성마비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북한의 장애인이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떠나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남북한 장애인의 교류야말로 가장 순수한 소통이다. 그러기에 인천에 오는 북한 장애인 선수들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함성에 진정성이 느껴졌었는데,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그 두배의 응원으로 사기를 북돋아주었으면 한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앞둔 9일 경기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수영장에서 임우근(오른쪽)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하지만 북한 장애인을 동정적인 시각으로 대해서는 안된다. 처음 보니까 신기해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북한 장애인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처음으로 찾아오는 손님이니만큼 편안하게 즐기다가 돌아가게 해서 남북한 장애인만이라도 조건 없이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은 1975년에 일본이 처음으로 창설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것은 2002년이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는 장애인아시안게임을 동반 개최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인도네시아에 주최권을 내줄 만큼 3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열악했다. 과학과 복지가 발달한 현대에도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주최할 수 있는 나라는 몇몇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이제 두 번째로 개최하고 있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천은 장애인아시안게임 유치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마지못해 받아들였다는 것은 장애인 체육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시작하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방법은 국민적 관심밖에 없다. 장애인 경기는 관람석이 텅 비어 쓸쓸하기 짝이 없는데 이번만큼은 무조건 가서 박수를 쳐주자. 각 언론에서 경기를 중계해 전국 어디에서나 장애인 선수들의 도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의 캐치프레이즈 ‘열정의 물결, 이제 시작이다’처럼 아시아 장애인들의 열정의 물결이 인천에서 시작되었다. 그 물결을 남북한 장애인들이 손을 잡고 이끌어가서 통일이라는 대박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방귀희 | 솟대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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