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창리 발사장의 ‘수상한 징후’와 북한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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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동창리 발사장의 ‘수상한 징후’와 북한의 속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3. 12.

북한은 작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동창리 발사장 및 액체엔진시험장을 일부 해체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촬영한 위성 영상은 이들 시설이 복구돼 정상 가동상태로 진입한 걸로 보인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동창리 발사장과 로켓엔진시험장을 복구했을까? 언론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대미 압박 차원의 반발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이나 평화적 목적의 위성 발사를 가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도발을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화의 판을 깰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동창리 서해발사장은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시설로 구축된 것이지 미사일 발사장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격용 미사일을 발사할 때 각국의 정찰위성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고정 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은폐된 지하시설인 사일로(Silo)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한다. 동창리 발사장은 위성 발사장으로의 활용이 주목적이다.

 

동창리 발사장의 복구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주장하며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개연성을 보여준다. 물론 대미 압박 차원의 효과도 고려할 수 있다. 북·미협상 중단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북한은 언제든 위성 발사 준비를 중단할 수도 있다. 북한은 실제로 통신위성과 정찰위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산악지역이 많은 북한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통신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서는 통신위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미사일과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하면서 미국 및 주변 국가의 공격 목표에 대한 지형정보 등의 필요성으로 정찰위성의 획득도 절실하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위성 발사를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라 주장하면서 미사일 개발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작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창리 발사장의 폐기를 제안했고 선제적 조치로 매우 부분적인 해체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동창리 발사장이 위성 발사장이라면 비핵화의 조치로 불필요한 행위인데 폐기하겠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음이 분명하다.

 

만일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의 복구와 함께 위성발사체를 이용하여 위성을 올린다면 어떤 유형의 발사체를 사용할까. 화성-15 ICBM에 장착했던 백두산 쌍둥이 엔진을 사용하여 위성 탑재체 중량을 늘리는 위성발사체 옵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1단에 4기의 노동 엔진을 조합한 은하 3호 위성발사체는 발사중량에 한계가 있으며 재래식 엔진을 사용하므로 성능 측면에서 실효성이 낮다. 물론 백두산 엔진의 4기 클러스터링 엔진을 개발하여 정지궤도 위성발사체인 은하 9호 발사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제재 해제의 절박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위성발사체 개발 및 발사 도발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위성체 및 발사체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위성발사체를 발사했기 때문에 후속 발사체 및 위성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기간은 충분해 보인다. 통상적으로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위한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은 4~8주 정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일 발사장에서 더 이상의 발사 징후가 없다면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불만 차원의 반발일 듯하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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