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로운 동아시아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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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새로운 동아시아로 가야 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3. 29.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추가적 대북 경제 제재는 없다고 선언했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다시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연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가. 


의제는 명료해졌다. 미국이 요구한 빅딜론의 핵심은, 북한의 미래 핵 동결에서 멈추지 않고 완전한 현재 핵 폐기 단계로 연결을 짓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핵이 북한의 모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과연 대북 제재는 완전 해제되고 체제 안정을 완전하게 보장받으며,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적 지원을 보장받는가. 이를 미국이 명확하게 언급한 적은 없다. 북한도 비핵화와 보상의 단계적 이행만을 고려했다. 빅딜에 걸맞은 내용이 없다. 그래서 가령 마셜플랜 같은 무슨 ‘플랜’이라는 것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셜플랜은 냉전기의 세계 자유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과연 이 시대의 플랜은 무엇이어야 할까. 과연 과거의 세계전략, 과거의 동아시아 전략과 무엇이 다른가.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이후 아시아는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해방되었고, 일본은 추축국에서 미·일동맹하에 아시아의 관리자가 되었다. ‘지역’으로서 아시아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가 미국의 세계전략 중 일부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양자 관계의 수직적 네트워크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고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트럼프의 TPP 탈퇴도 보통 사건이 아니다.


미어샤이머, 브레머 등 미국의 현실주의 정치사상가들의 진단은 옳았다. 자유주의 패권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불량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복해야 했고 세계 곳곳에서 매일같이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상 최악의 불평등을 낳았고 중산층을 해체해 버렸다. 미어샤이머는 그전부터 자유주의 패권전략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면서 당장이라도 미군의 감축과 복귀를 주장했다. 브레머는 G2나 G7 같은 지도국가란 없는 ‘G-Zero’ 시대라며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이 종언을 고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현실주의 패권전략으로 전환했다.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미군기지 유지 부담을 동맹국에 떠넘기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도 이탈한다. 거의 모든 자유주의 무역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용해지고 자유주의 패권전략이 무의미했다면, 또한 일본을 미국 패권의 아시아 독점적 대리인으로 삼는 것이 향후 불명확하다면, 세계는 또 아시아는 어떤 새로운 질서를 향해 가고 있는가 묻게 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미국의 보다 진전된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시아를 미국의 국익을 위해 중국과 싸우는 신냉전지역으로만 볼 게 아니다. 아시아를 중국 위주로만 파악할 필요도 없다. 아시아 전체를 보고 오히려 미국의 국익을 새롭게 확장하는 생산적인 지대로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동아시아는 무엇인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중국의 일대일로, 일본의 신대동아공영론,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남한의 한반도 신경제 노선 등이 각축한다. 동아시아의 혼돈과 위기를 안정과 경제발전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뛰어야 할 때다. 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당사자인 만큼,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시대적 의의와 새로운 아시아 질서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길 바란다. 


다음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마침내 담대한 선언이 나온다면, 그것은 세계사적인 것이리라. 지구상에서 냉전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것,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번영의 체제를 놓는다는 것, 그것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새로운 질서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아시아 철도가 달리는 종착역은 암스테르담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세계다.


<최민식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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