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사드 공론화’가 부적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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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사드 공론화’가 부적절한 이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7.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백가쟁명식 주장이 난무하다보니 어떤 것이 올바른 해법인지 혼란스럽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한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를 ‘고려 중’이다. 이 문제는 해외 각 지역 미군사령관들이 사드를 자기 지역에 우선 배치하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꽤 있다. 사드가 수반하는 외교·국제정세·경제 등의 리스크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로 중·러 등과의 첨단무기 개발 경쟁이 촉발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오바마 행정부 정책목표와는 반대 방향이기도 하다. 만일 오늘 미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 해도 실제로 사드 포대가 한반도에 설치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그 시간 안에 어떤 정세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한마디로 이 문제는 너무 변수가 많아 현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17일 평통사 회원들이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문한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 국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출처 : 경향DB)


하지만 국내에서의 논쟁은 ‘미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중국은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은 중간에 끼인 상태’라는 것을 전제로 너무 앞서가고 있다. 사드 문제는 지금 공론화할 단계도 아니고 공론화를 통해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외교전문가와 전략가들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살얼음판’을 걷듯 대처해야 할 문제다. 공론화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국민감정, 민족주의적 성향 등이 얽히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는 허송세월하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게 대응하되 전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분명해질 때까지 자신의 패를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사드 공론화’ 주장은 자충수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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