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은 한국판 골드만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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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김앤장은 한국판 골드만삭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6.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라고 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하나는 로펌이고 하나는 은행이니 기업의 형태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필자의 이야길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먼저 골드만삭스를 보자. 믿기지 않겠지만, 미국의 관직 임용을 자세히 보면 사기업 사람이 정부의 주요 관직에 앉고 거기서 물러나면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는 그야말로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의 형태를 띤다. 그 핵심에 바로 ‘골드만삭스 맨’들이 있다. 부시 정권 때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과 백악관 비서실장 조수아 볼턴이 각각 골드만삭스 회장과 최고위직 출신이다.

이에 앞서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표적 인사로는 로버트 루빈 재무부 장관이 있다. 루빈은 관직에 오르기 전 26년 동안 골드만삭스에서 봉직했으며 최고위직까지 역임한 골수 골드만삭스 맨이다. 루빈 밑에서 차관을 하다 장관직 바통을 이어받은 래리 서머스도 골드만삭스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를 빗대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행정부를 ‘골드만삭스 사단’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권은 좀 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서머스는 오바마 정권에서도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재무부 장관직을 맡았던 티머시 가이트너는 서머스의 제자이며, 가이트너의 보좌관 마크 페터슨도 골드만삭스의 로비스트로 맹활약한 인물이다.

이렇게 정부 요직에 자신의 충복들을 앉힘으로써 골드만삭스가 얻은 이득은 실로 막대하다. 자신들의 탐욕 때문에 발생한 금융위기에서 망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구제금융 등의 각종 혜택을 받아 여봐란듯 살아남아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들이 법률대리인 김앤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_경향DB


그렇다면 김앤장은 어떨까? 지난달 말 동아일보의 단독보도를 보면 기가 찬다. 김앤장은 최근 12년 동안 총 8명의 자사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입성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김앤장에 몸담았다가 다른 로펌으로 옮긴 뒤 청와대에 들어갔거나, 애초 김앤장 출신은 아니었으나 청와대 근무 후에 김앤장으로 간 인사까지 다 포함하면 무려 11명에 이른다. YS와 DJ 정부 때는 단 한 명의 김앤장 출신이 없었던 것이 노무현 정부 때 8.3%, 이명박 정부 16.6%, 그리고 현 정부에선 27.7%로 늘어났다. 즉 박근혜 정부에선 3명 중 1명이 김앤장 출신 비서관들이란 말이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골드만삭스 출신 관료가 하도 많아 아예 ‘삭스정부’(Government Sachs)란 말이 생겼을 정도다. 골드만삭스(GS)의 영어 맨 앞 철자(G)를 비틀어 사람들이 비꼬듯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우리나라도 이젠 ‘김앤장(의) 청와대(정부)’로 불러야 할 것 같다. 김앤장이 이렇게 청와대에 자신의 변호사들을 대거 입성시켜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심어 놓으려는 속셈은 뻔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어떤 곳인가? 국가의 수뇌부 중 수뇌부가 모인 곳이다. 그런 권력의 핵심에 소속사 사람을 꽂아 자신들의 입김을 맘껏 행사하겠다는 계산, 즉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런 작태를 허용하는 듯 보이기만 하는 청와대는 국민들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단지 “수준 높은 적임자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 김앤장을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란 청와대의 변명이 과연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까? 둘 중 하나다. 바보천치 짓, 아니면 김앤장과 한통속으로 짝짜꿍 짓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 폐해는 고스란히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국민들의 몫일 것 또한 뻔하다.

얼마 전까지 필자는 미국에서만 이런 사악한 ‘회전문 인사’가 일어나는 줄만 알았는데, 아뿔싸! 그렇지 않았다. 미국엔 골드만삭스, 우리나라엔 김앤장이 있다. 심히 우려된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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