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공약한 김정은, 미국이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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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공약한 김정은, 미국이 응답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9. 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 70년간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하면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일정에 대한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더 이상 의심하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비핵화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촉진제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남북이 이달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개최 합의는 이미 이뤄졌고 이번에 일정이 확정된 것이지만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는 징표로 충분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번째 정상회담이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신뢰구축을 구체화하도록 남북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최대 과제는 역시 비핵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 인도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델리 _ AFP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는 지난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1년 내 비핵화’와는 1년가량 차이가 있다. 하지만 ‘1년 내 비핵화’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답한 형식이어서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간표는 비핵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검증 등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실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제시했던 비핵화 시간표와도 일치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북한 매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표현을 통해 진정성을 거듭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에 나서야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을 문제 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틀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지 않고 이 점만을 떼어내 문제시한다면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도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의심하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여러 차례 분명하게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 왔는데 이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에둘러 표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됐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 협력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도출한 뒤 이를 토대로 북·미 협상을 재가동시키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이 이뤄지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를 대표하는 수석협상가 역할을 요청한 바 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에 감사한다. 우리는 잘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약화와 무관하다’고 직접 밝히며 미국 일각의 의심 해소에 나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길 바란다. 연기했던 폼페이오 방북부터 재개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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