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은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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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개성공단은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10.

정부는 어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보복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정부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성명은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계획을 꺾을 수 없다”고 전면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한다. ‘기존 대응 방식’의 한계는 누구나 느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대응 방법이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이 될 수는 없다. 개성공단은 12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도 남북 상생을 위해 발전시켜 가야 할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북측이 전방 군부대를 철수시킨 자리에 세운 공단이라는 점에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의 결실이기도 하다. 북측이 박근혜 정부 출범 즈음 5개월간 정상 가동을 못했을 때 정부가 공단 정상화를 촉구했던 것도 이런 공단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3년 4월3일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정상화시키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정부는 2013년 4월26일 성명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을 크게 걱정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가 비판하던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행함으로써 정부는 이제 기업에 피해와 고통을 주는 당사자로 전락했다. 그것도 2013년 개성공단 정상화에 관한 남북 합의를 깨면서 단행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성이 성공의 열쇠라는 신념은 이렇게 무너졌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의 중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_김정근기자


이번 중단 조치는 2013년 북한의 일시적 가동 중단보다 더 위험한 논리를 담고 있다. 정부 성명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그런 과격한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해야 한다. 만일 근거가 없다면, 북한으로 간 모든 현금과 투자가 핵개발용이라고 단정 짓는 그런 무모한 주장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남북경협의 오랜 역사와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마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화해하고 상생하며 북한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원칙은 특정 정권의 성향을 넘는 초당적 합의 사항이었다. 여러 번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어도 변함없이 이 원칙이 유지될 수 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공단 전면 중단을 정당화할 명분이 없다고 해도 경협의 필요성과 정당성 자체를 아예 부정하고 사실상 공단의 문을 닫는 결정을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피해야 할 일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교류·협력의 원칙에 입각해 있었다. 이제 와서 남북 간 교류와 경협이 결국 북핵 개발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공단의 전면 중단은 그 명분과 논리적 결함 문제를 떠나 대북 제재 효과의 관점에서도 실효성이 전혀 없는 조치다. 북한이 대남 압박을 위해 스스로 폐쇄한 공단이 대북 제재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한 나라의 정부라면 이성을 잃은 조치를 막을 정책 결정 체계는 최소한 갖춰야 한다. 대북 보복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그런 식의 화풀이는 곤란하다.

통로를 모두 막아버리면 정부도 길을 잃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할 일은 안정과 평화의 조성이다. 불안과 군사적 긴장 부추기기가 아니다. 개성공단에 손대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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