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격화되는 미·중 무역갈등 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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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격화되는 미·중 무역갈등 대비하고 있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9. 27.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관세전쟁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은 지난 24일 2000억달러(약 224조원)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 5745개 품목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앞서 추가 관세를 물린 것을 더하면 총 2500억달러 규모다. 이에 맞서 중국도 이날 600억달러 상당의 상품에 5~10%의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중국 측은 “대규모 무역 제한 조처는 칼을 들고 다른 이의 목에 댄 격”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미 재무장관과의 협상도 취소했다. 양측이 정면충돌로 맞서면서 G2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뉴욕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후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은 미·중 두 나라 수출의존도가 높아 양국 수출환경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을 보면 중국과 미국의 비중은 각각 27%, 12%로 전체의 40%에 가깝다. 중국은 한국 등에서 중간재를 공급받아 완성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인데,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그 파장이 한국에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취약한 주요 국가로 꼽히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5000종이 넘는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대규모로 추가관세를 물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피해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정부는 미·중 간 무역갈등은 단기간·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파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향후 20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무역갈등의 배경에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양국 간 갈등구조가 금세 끝날 일은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신경제 냉전’의 시대에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업체(93.0%)가 ‘별도로 대응방안이 없다’고 응답했다. 대기업도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자세로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는 없다.

 

정부는 차제에 수출국 다변화, 수출산업 경쟁력 강화, 신산업 발굴 등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혁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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