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대북정책 가다듬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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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대북정책 가다듬는 계기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2. 1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됐다. 북측이 연락채널 등을 통해 답방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은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방남에 따른 경호·안전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남측 일각의 ‘답방 반대’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 의사를 밝힌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은 ‘개점휴업’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큰 그림에 합의한 뒤 방남에 나서려던 김 위원장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이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연내 답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태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여의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는 지난달 18일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 시찰 이후 13일 만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협상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사안이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방식과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방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연내 답방 무산이 아쉽지만 이를 평화 프로세스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지난 12일만 해도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파괴·철수 작업에 대한 상호검증을 순조롭게 완료한 것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됐다고 판단할 징후는 없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새해 적절한 시기에 재추진하면 된다.

 

연내 답방 무산으로 시간을 번 만큼 지금은 대북정책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먼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호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북·미 협상 진전으로 이어졌지만 9월 평양 정상회담은 그러지 못했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교환이라는 본질적 국면에서 겉돌고 있다. 대북 제재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도 노출됐다.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기울인 노고는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도록 남측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더 진지해야 한다. 시중에는 정부정책의 큰 방향은 옳지만 설명과 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남북화해와 평화에 기본적으론 찬동하면서도 대전환의 속도에 버거움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올해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장면들이 여러번 연출됐다. 이에 시민 다수는 환영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북관계도 외교행위다. 외교는 대외협상과 대내설득이 조화롭게 병행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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