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낮에 시민 저격한 홍콩 경찰, 중국이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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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대낮에 시민 저격한 홍콩 경찰, 중국이 책임져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1. 12.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11일 아침 홍콩 경찰이 시위자 2명에게 실탄 사격을 가해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자를 검거하던 도중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실탄을 쐈다고 한다. 경찰관이 신체적 위협을 받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곧바로 실탄을, 그것도 시위대의 다리나 팔 등이 아닌 가슴을 직접 겨누었다. 문제의 경찰관은 곧이어 다른 시위자를 향해 두 발을 더 발사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홍콩 경찰과 배후의 중국 당국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홍콩 경찰은 문제의 경찰관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총격 장면은 명백한 공격 행위임을 증명한다. 아무런 사전경고도 없이 시민을 향해 곧바로 총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것은 세 번째다. 그러나 이날은 대낮에 총격이 이뤄진 데다 총격 장면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돼 충격을 더했다. 지난 8일 시위 도중 추락해 사망한 홍콩과기대 학생 차우츠록을 추모하기 위한 시위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분노를 샀다. 시위에 따른 사망자를 기리고자 하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한 홍콩 경찰의 무도함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앞 광장에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회원들이 홍콩 정부의 폭력을 규탄하고 있다(위 사진).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자들이 이날 사이완호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쏜 것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홍콩 _ EPA연합뉴스


우려스러운 것은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이 중국 정부의 지시라는 점이다. 지난달 말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한다고 밝힌 직후 진압의 강도가 세졌다. 더구나 홍콩 경찰은 일부러 폭력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 오는 24일 홍콩에서는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친중파 쪽이 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폭력 시위를 구실 삼아 선거를 연기하려 한다고 홍콩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구의원 중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1200명)에 포함되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홍콩 당국이 지난 5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표결 때 이에 반대한 야당 의원 3명을 최근 체포한 것도 이런 의혹을 심화하고 있다. 친중국 성향의 홍콩 당국이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조작에 의한 민주주의 압살이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기 전부터 민주주의를 구가해온 곳이다. 이런 홍콩에서 중국이 시민의 정당한 권리인 집회를 억압하고, 나아가 시위자에 총격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중국이 표방해온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정신에도 명백히 위배한다. 중국은 홍콩 시위 사태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게 폭력 진압을 중지시키기 바란다. 유혈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중국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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