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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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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1. 1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출범 내각은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초갑부) 내각’으로 불렸다. 부동산 자산가인 트럼프 대통령(3조5000억원)을 비롯해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6조원·남편과 공동재산), 윌버 로스 상무장관(3조4000억원),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1조6000억원) 등이 천문학적인 자산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디보스 장관은 암웨이 창업자 가족이며, 로스 장관은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냈다. 각료들의 재산은 총 16조원에 달했다.


막대한 경제력을 가진 소수의 계층이 지배하는 정치를 금권정치(plutocracy)라고 한다. 금권정치는 그리스 개혁가 솔론이 부의 다과에 따라 4개의 계급으로 나누었던 것에서 기원한다. 이젠 돈의 힘으로 정부의 정책을 좌우하는 것을 말한다. 금권정치는 부익부 빈익빈을 악화시킬 수 있고, 자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자산가라면 더욱 위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이 사익 추구수단으로 유용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2020년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행사를 자신의 플로리다 골프리조트에서 열겠다고 했다. 그러다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커지자 번복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자신 소유 리조트에 묵도록 했다. 이 때문에 펜스는 왕복 600㎞ 가까이 이동하며 회담을 가져야 했다. 이는 의혹 사례의 일부일 뿐이다.


최근 미국 대선 가도에 트럼프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인물이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블룸버그 미디어그룹의 창업자이자 뉴욕시장을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그는 세계 9위의 갑부다. 최근 그의 측근은 “트럼프의 재선 저지에 얼마든지 쓰겠다”고 했다. 돈의 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당장 민주당 경선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경쟁자들을 넘어야 한다. 또 트럼프가 보여준 한계 탓에 억만장자에 대한 반응도 곱지 않다. 워런 상원의원의 말처럼 선거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어선 안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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