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확성기에 매달린 박근혜, 북핵에 무관심한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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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대북 확성기에 매달린 박근혜, 북핵에 무관심한 오바마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 13.

어제는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시된 ‘북핵 제재 결의의 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담화를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과 국제사회와의 대북 제재 공조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하원은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법안을 처리했고,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서울에 모여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을 위한 설득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핵실험 뒤끝에 핵심 당사국 지도자들이 내놓은 이 대책과 구상은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북핵 문제를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대응으로 과연 북핵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걱정된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번 북한 핵실험이 북핵 문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응이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실제로 내놓은 대책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확성기 방송을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제시한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런 심리전을 통해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보는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이 놀랍다. 확성기 방송이 ‘8·25 남북 합의’를 견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정권의 마지막 보루마저 포기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 터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집중 거론한 심정도 이해는 하지만 독자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중국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일이다.

북한 4차 핵실험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나경원 외통위원장_경향DB


박 대통령의 신년 담화를 종합하면 북핵 해법 제시보다는 ‘상응한 대가’라는 응징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 북한의 핵 고도화가 확실해진 지금 북한이 핵 도발을 하면 강력 응징하고, 핵을 보유하면 대응 방어체계를 세운다는 접근도 수동적이다. 이는 대통령 스스로 북한 핵실험이 안보에 중대한 도발이자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한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 체계적인 비핵화 구상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제사회와 중국, 북한을 설득해야 할 중대 시점이다. 조건 반사적 대응을 넘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북한의 체제 생존을 국제적으로 보장해줄 용의가 있음을 북한에 보여주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세도 대단히 유감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란과는 핵협상을 하면서도 북핵을 방치, 결과적으로 북핵 고도화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성찰은커녕 의도적 무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종식을 내걸고 있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방향을 잃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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