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일 관계 진전, 구경만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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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북·일 관계 진전, 구경만 할 때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7. 4.

한·중 정상이 서울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 강화를 다짐하던 그제 도쿄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을 상대로 했던 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및 실종자 조사를 위해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에 국가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관들이 전면에 나왔다”면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대북 송금, 인적 왕래 등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일 양측이 합의 이행 단계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같은 날 서울과 도쿄에서 소원하던 상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 우연 같은 동시성은 최근 동북아 정세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한·일 관계는 북·일 합의로 어그러지고, 북·중 관계는 한·중 관계에 의해 흔들리고, 남북관계는 남북 대립과 북·일 합의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 강화는 이런 정세에서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지금 북한과 일본 모두를 잃고 있다.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두 당사자들과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를 안건으로 하는 북·일 국장급 회담 (출처: AP연합뉴스)


남북 및 한·일 관계는 다른 것이 대신할 수 없는 그 나름의 중요성이 있다. 그것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안정과 평화를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대립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전혀 신뢰가 없던 북·일이 어떻게 합의하고 합의를 실천하는지 배워야 한다. 북한과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실종되고 오히려 북·일 간 신뢰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신뢰가 없는 사이에서도 어떻게 실용적,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정부는 못하는지, 왜 이산가족 상봉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고 말았는지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한·중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북한 및 일본과의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일본 역시 한국·중국과 갈등하면서 손실된 몫을 북한이 메워줄 수 있다고 착각해선 안된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남북관계나, 북·중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일본이 대신해줄 수 없다. 동북아 국가 사이에는 우회로가 없다. 동북아는 피해갈 길이 없는 좁은 도로와 같다. 정면으로 맞부딪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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