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이 서울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 강화를 다짐하던 그제 도쿄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을 상대로 했던 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및 실종자 조사를 위해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에 국가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관들이 전면에 나왔다”면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대북 송금, 인적 왕래 등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일 양측이 합의 이행 단계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같은 날 서울과 도쿄에서 소원하던 상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 우연 같은 동시성은 최근 동북아 정세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한·일 관계는 북·일 합의로 어그러지고, 북·중 관계는 한·중 관계에 의해 흔들리고, 남북관계는 남북 대립과 북·일 합의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 강화는 이런 정세에서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지금 북한과 일본 모두를 잃고 있다.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두 당사자들과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를 안건으로 하는 북·일 국장급 회담 (출처: AP연합뉴스)
남북 및 한·일 관계는 다른 것이 대신할 수 없는 그 나름의 중요성이 있다. 그것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안정과 평화를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대립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전혀 신뢰가 없던 북·일이 어떻게 합의하고 합의를 실천하는지 배워야 한다. 북한과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실종되고 오히려 북·일 간 신뢰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신뢰가 없는 사이에서도 어떻게 실용적,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정부는 못하는지, 왜 이산가족 상봉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고 말았는지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한·중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북한 및 일본과의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일본 역시 한국·중국과 갈등하면서 손실된 몫을 북한이 메워줄 수 있다고 착각해선 안된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남북관계나, 북·중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일본이 대신해줄 수 없다. 동북아 국가 사이에는 우회로가 없다. 동북아는 피해갈 길이 없는 좁은 도로와 같다. 정면으로 맞부딪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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