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두 정상이 각각 정부를 책임진 이래 보여준 양국관계 진전의 속도는 괄목할 만했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 때 고위급 대화 활성화 합의에 따라 이번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외교안보 고위 전략대화를 정례화하는 전례 없는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관계의 발전은 이런 구체적 합의가 아니더라도 공동성명에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신뢰 관계” 등 친밀성을 드러내는 표현과 두 정상이 벌써 5번째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이 북한 문제에 여전히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대북 압력을 통해 비핵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북·미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6자회담에 대해서도 한·미는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반대하고 있다. 남북대화와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을 위한 3대 대북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구상을 공식 지지하기를 꺼렸다. 시진핑 주석은 대신 남북 간 대화·화해·협력을 강조했다. 신뢰 프로세스가 실제 남북 간 대화 복원으로 연결되기는커녕 남북 간 불신과 대결을 낳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남북 대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서도 시진핑 주석은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는 것으로 그쳤다. ‘통일 대박론’이 북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이 아님을 대통령이 직접 천명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한다. 중국은 통일에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이다. 통일은 물론 통일 과정이 중국에 불편한 결과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붕괴 반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일(對日) 압박 공조를 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했다. 일본과 과거사·영토 문제로 갈등하지만 협력 대상이기도 하다. 한·중이 한편이 되어 일본을 몰아치는 것은 결코 한국의 외교 전략이 될 수 없다. 한국이, 혹은 한·중이 동북아 갈등의 축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런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한·중관계 발전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 대치선을 깨뜨리고 과거 적대하던 국가들 간 교차 협력을 이끌어내는 견인차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중관계의 발전을 어떻게 주변국 관계 발전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지 정부는 더 고민해야 한다.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북·일 관계 진전, 구경만 할 때인가 (0) | 2014.07.04 |
---|---|
[시론]원칙만 있고 해법은 없는 한·중 공동성명 (0) | 2014.07.04 |
[시론]일본이 진짜 원하는 것은? (0) | 2014.07.03 |
[정동칼럼]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필요가 없다 (0) | 2014.07.03 |
[사설]평화를 포기한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 (0) | 2014.07.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