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장관이 엊그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군사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사드 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데 이어 10여일 만에 국방장관이 다시
언급했다. 정부가 견지해온 ‘사드 3불 원칙(사드 배치를 거론하지도 않았고, 논의하지도 않았으며, 결정된 바도 없다)’은 사실상
폐기하면서 사드 배치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를 이렇게 서둘러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과 한 장관이 차례로 사드 배치를 거론한 것은 북핵 해결에 중국이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함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미국의 사드를 배치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논의에는 분명한 전제 조건이 있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언급하려면 중국과의 관계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의 동북지역이 미국의 미사일 감시·공격망 안에 들어가게 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어제 사설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뜨린다. 서울이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한·중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신문은 더불어 사드 배치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한다고까지 했다. 최근 볼 수 없던 노골적인 협박으로 전과 확연히 다른 태도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통일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결정적으로 예속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0일 국방부 앞에서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국방부 입구에 스티커를 붙이려다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_연합뉴스
사드 배치가 진정 북핵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문제가 있다. 사드는 이를 운용할 미군 수뇌부조차 성능을 믿지 못하는 무기이다. 한국에 실제로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인데 사드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다. 1개 포대당 2조~3조원이 들어 비용 부담도 엄청나다. 혹여 박근혜 대통령이나 한 장관이 사드 배치가 자신들이 떠난 뒤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거론하고 있다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다. 실제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국익을 더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한국이 앞서 나갈 일은 더더욱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사드 배치로 대중 관계의 심각한 훼손을 무릅쓰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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