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1주일 이내에 발사할 것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최근 며칠 동안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평북 철산군 동창리 로켓발사장에서 발사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한다. 국방부도 북한이 기습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실제로 로켓을 발사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북한은 이미 동창리 미사일발사대에 대형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첩보위성을 따돌리고 발사대에 장착할 수 있는 시설을 완료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4차 핵실험으로 불안정성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터에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게 뻔하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은 뒤로 밀리고 고강도 대북 제재와 첨단 및 대량살상무기 배치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북한이 이런 위기 국면을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2015년 잠수함 탄도미사일과 신형 반함선로켓 발사 사진_연합뉴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핵능력 고도화를 과시하면 체제보장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오판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국제 사회 규범에 따르고 협력한다면 공존과 신뢰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겠지만 핵무기를 앞세운 위협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제재 등 해법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데도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한다면 북한은 불가측하고 비타협적인 정권이란 사실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켜 영원히 왕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입장이 약화돼 대북 ‘보호막’도 한층 엷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스스로 강력한 대북 제재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평화적 우주 이용 권리를 내세워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정당화해왔다.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한 뒤 유엔 제재가 이뤄지면 그에 대해 반발하며 핵실험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핵실험을 먼저 실시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국제 평화를 깨는 핵실험을 한 데 대한 제재에 반발하는 목적으로 평화 목적의 로켓을 발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에 로켓을 발사하면 인공위성이라는 북한 주장과 달리 군사적 공격 목적의 탄도미사일임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평화·안정을 해치고 체제보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경거망동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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