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합훈련 유예를 둘러싼 한·미의 다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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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연합훈련 유예를 둘러싼 한·미의 다른 목소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0. 23.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회동한 뒤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 국방부는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측면에서 훈련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 측은 하루 뒤 “훈련을 유예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비태세를 감안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은 입장을 조율한 뒤 “이달 말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미측의 발표가 실수일 뿐 엇박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미 국방부는 작은 훈련도 입장을 조율한 뒤 공동 발표해왔다. 군사훈련에 대한 결정은 국방장관이 발표하는 사안도 아니었다. 정치적 파장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을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먼저 발표한 것은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선제적으로 훈련을 유예함으로써 북한에 대화 의지를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앞서가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군사합의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진 뒤라서 이런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는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설혹 북한에 훈련 유예를 당근책으로 제시한다 해도 동맹을 당혹스럽게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공군 출신으로 이 훈련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정 장관이 훈련을 보완할 방안까지 제의했다. 충분히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해도 늦지 않다. 독자 행동으로 동맹의 파트너를 당혹하게 만들어 얻을 이득이 무엇인지 미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가 모든 사안에서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 간 이견이 균열로 비치게 돼서는 곤란하다. 그렇잖아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럴 만한 근거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부 고위인사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귀에 거슬린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완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굳이 한국 당국자가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미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갈 동반자다. 무엇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 당국자들이 소통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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