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16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도 1100여명에 이른다. 주말인 12일 하루 동안에만 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이라고 한다. 공격의 명분이 무엇이든, 무차별적 민간인 살상은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 폭거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이스라엘 소년 3명이 납치·살해된 사건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한 축인 하마스를 배후로 지목했고, 이후 팔레스타인 소년이 납치돼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보복살해를 중단하라’며 거리로 나서자 이스라엘은 전면 공습으로 대응했다. 공습 대상에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은행, 대학 등 종교·민간시설이 망라됐다. 심지어 장애인 보호시설까지 공격해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유엔은 이번 공습에 따른 사망자의 77%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의 반전평화 시위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중단을 촉구하는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_ AP연합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하마스와 교전(交戰)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군사력 격차 등으로 볼 때 ‘교전’으로 지칭하기 어렵다. 하마스가 쏜 로켓포는 대부분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격추되거나 목표지역과 먼 곳에 떨어졌다. 더욱이 가자지구는 인구밀도가 높은 데다 ‘하늘만 열려 있는 거대한 감옥’으로 불릴 만큼 고립된 지역이다. 이러한 곳을 겨냥한 공습은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12년 가자 공습 당시 미국 석학 노엄 촘스키가 일갈했듯 “해군도, 공군도, 방공망도, 중화기도 없는 주민들을 전투기로 공격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살육”일 뿐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공습을 멈추기는커녕 지상군 투입이라는 강수를 뒀다.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가자지구의 비극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국제인권법을 존중하고 2012년 휴전 합의를 원상회복하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선언적 차원에만 그쳐선 안된다. 유엔과 미국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무고한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살리는 일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이들의 윤리적 의무다.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고]옌볜조선족자치주 가치 재발견하기 (0) | 2014.07.14 |
---|---|
[국제칼럼]전쟁 아닌 ‘팔레스타인 학살’ (0) | 2014.07.13 |
[사설]미·중, 경쟁보다 협력을 강화해야 (0) | 2014.07.11 |
[정동칼럼]시진핑 방한이 한국에 남긴 숙제 (0) | 2014.07.08 |
[사설]동북아 평화 위해서도 남북대화 필요하다 (0) | 2014.07.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