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경화를 깊이 우려하는 이유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우경화와 침략전쟁의 폐해는 많지만 그 대표적 사례는 역시 일본이다. 독일이 끊임없이 나치의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인 반면, 작금의 일본은 또다시 우경화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어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참배 인원이 100명을 넘어선 것은 2005년 10월 추계 예대제 때 이후 처음으로, 일본 중·참의원의 23%가 단체 참배를 한 것이다. 앞서 21일 참배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는 데 대해 “외교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굉장히 무신경한 말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을 취소했다.
(경향DB)
최근 일본의 우경화 행보를 보면 정부의 이런 반응도 무리가 아니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물로, 선대의 비장한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장치다. 총리나 각료가 공식 참배하는 것은 일본의 과거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아베 신조 총리는 참배하는 대신 화분을 공물로 보냈고, 각료들은 개인 또는 국무대신 자격이라고 엇갈린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그제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두고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심상치 않다. 그는 “전후 70년(2015년)을 맞이한 단계에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쟁과 식민지배의 과오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일본의 이 같은 우경화가 계속될 것 같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덕분에 지지율이 70%를 넘는 아베 내각은 7월 참의원 선거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경우 발등의 불인 북한 때문에 일본 우경화를 묵인하는 듯하다.
일본의 향후 선택은 두가지다. 하나는 8·15 패전기념일에도 각료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하고, 헌법 개정에 돌입하는 등 계속 그 길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에서의 외교적 고립 등 일본에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 아베 내각의 야스쿠니 참배는 외교적 도발일 뿐이다. 또 하나는 이웃 국가의 우려를 살피고 자국 역사가 발하는 경고에 귀기울여 모두에게 백해무익한 우경화 행로를 멈추는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런 일본에 대해 어떤 전략적 프로그램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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