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오락가락 외교가 위기 부추기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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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트럼프의 오락가락 외교가 위기 부추기는 요인이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4. 13.

위기에 처했을 때 지도자들의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끔찍한 일도 없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딱 그 짝이다.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해야 할 지도자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몇 시간 뒤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독자 행동 가능성을 강력 시사하기도 한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배치를 명령해 대북 선제타격설이 돈 이틀 뒤에는 군사적 조치보다 정치·경제적 제재에 초점을 맞춘 대북 정책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게 진짜인지 헷갈린다. 이러니 그의 참모들도 모순된 발언을 내놓기 일쑤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모든 군사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지만 얼마 안 가 “북한의 정권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뉘앙스가 다른 말을 꺼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을 배치한 것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면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 사안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뒤집고, 즉흥적으로 군사적 조치를 한 뒤 정작 후속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아버린다. 전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무턱대고 응징 공격부터 한 시리아 문제가 그렇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로서 기본적인 통찰력과 판단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오락가락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북핵 해결에도 적신호다.

 

트럼프의 엇갈린 외교행보가 북한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동맹인 한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당장 한국에서는 ‘4월27일 대북 선제타격설’과 ‘4월 한반도 전쟁설’이 나돌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한국 대선도 안보 문제로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3개월이 다 돼 가는 지금껏 외교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인터뷰나 기자회견, 트위터를 통해 불쑥 한마디 던지는 것이 외교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지고 괴담이 유포되고 동맹국들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 언행과 일관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는 한 북핵 문제의 가시적 해법을 도출하는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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