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항모와 미사일이 트럼프의 북핵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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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항모와 미사일이 트럼프의 북핵 해법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4. 17.

북한이 그제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두 종의 전략미사일을 공개했다. 어제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실패했지만,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는 다 한 셈이다. 미국 역시 군사적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항모 칼빈슨호와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어 니미츠호까지 서태평양 해역으로 추가 투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이어 북한의 ICBM을 요격하기 위해 SM-3 대공미사일을 한반도 해역에 실전배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반도 주변에 미 항모 3척과 SM-3 미사일 등 첨단무기가 한꺼번에 배치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특히 독자 행동의 의미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의 이번 태양절 도발은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다.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는 선에서 멈췄다.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중국을 통한 우회 압박이 먹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고 촉구하고, 실제 중국은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중국의 국적항공사가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중국 여행사들이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한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적 압박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체제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20년 넘게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외부 위협에 굴복해 하루아침에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는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양쪽 모두 무력 시위는 충분히 했다. 북한이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즈음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서면 이후 상황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강도 높은 대북·대중 압박이 다소 효과를 발휘한다고 이를 새로운 북핵 해법이라도 되는 양 착각해선 안된다. 미국의 SM-3 미사일 배치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주변의 미사일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대북 선제타격 대신 외교를 통한 해법을 권고했다. 오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회담도 대화를 통한 해법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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