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학무기 살육까지 벌어진 시리아 사태 방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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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화학무기 살육까지 벌어진 시리아 사태 방관 말아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8. 23.

시리아 사태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대량 인명살상이라는 최악의 참극으로 치달았다. 시리아 반군과 인권단체 등은 21일(현지시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을 화학무기로 공격해 130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했으나, 현지 활동가 등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화학무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사상자들 대부분이 피를 흘리지 않고 외상이 없으며, 입에 거품을 문 채 발작을 일으키는 등 전형적으로 독성 물질에 중독된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상자들의 상당수가 민간인, 특히 어린이나 여성들이어서 참상의 비극을 더한다.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의 사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그것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해 살육을 했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로도 변호될 수 없다. 천인공노할 반인륜 전쟁범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시리아 구호단체, 어린이 시신 사진 공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부근 아르빈의 임시 시신안치소에 21일 어린아이들의 시신 수십구가 놓여 있다. 시리아 내 구호기구들의 연합단체인 지역조정위원회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날 새벽 벌어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백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아르빈 _ AP연합뉴스


화학무기 참극까지 빚어진 시리아 사태는 국제사회의 느슨한 대응과 방관적 자세에서 초래된 측면이 크다. 2011년 3월 반정부 시위로 시작해 29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지금까지 10만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선 하루 평균 사망자가 5000명에 달한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무고한 민간인이다. 시리아 인구의 4분의 1이 난민 신세가 됐다는 유엔 보고서도 나와 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상황을 사실상 방조해 왔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반대해 왔고, 미국과 유럽도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이 굴절되고,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관련 제네바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한 게 극명한 예다. 자국의 이해를 앞세운 힘겨루기와 신경전 속에 시리아 국민들은 ‘킬링필드’로 내몰려 온 셈이다.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서 살아남은 소년이 21일 다마스쿠스 인근 두마의 모스크에 설치된 피란처에서 울고 있다. 다마스쿠스 _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보리가 촉구한 대로 우선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철저하고 공정하며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마침 현재 시리아에 체류 중인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이 화학무기 참극의 현장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시리아 정부는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와 검증을 통해 화학무기 공격이 최종 확인될 경우, 관련자의 엄중한 책임을 묻고 시리아 사태의 근본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는 적극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 보편적 인권은 개별 국가의 주권에 우선하는 가치다. 화학무기 공격에 민간인이 무차별 살육당하는 상황을 방치하고서 어떻게 문명과 인권을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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