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연착륙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각종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이 경기침체의 늪에서 고전하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그나마 기초 체력이 탄탄한 중국 경제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지난해 9월보다 9.9% 늘어난 186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수출은 중국 제조업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에서 이 정도 실적을 낸 것이 선뜻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선전했다.
(경향신문DB)
수출 호조에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는 양적 완화정책을 펼치면서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값은 지난 12일 달러당 0.2672위안에 마감했다. 1994년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도 식료품 가격 하락에 힘입어 1.9%에 그쳤다. 중국은 올 들어 ‘차이나 리스크(중국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잇따라 문을 닫았다. 경기를 선도했던 부동산 업종도 거품을 걷어내느라 부진했다. 수출과 내수가 어려우니 경제가 제대로 풀릴 리 만무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낮춰 잡았다.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이 안되면 내수가 살아나야 하지만 수출·내수 동반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9월 지표대로라면 중국은 용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온 셈이다.
중국 수출이 전체 25%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 경제가 잘 풀리면 호재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이번에 나온 각종 지표는 세계 경제가 회복을 한 덕분이 아니라,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선적이 늘어난 계절적인 요인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가 바닥을 쳐 연착륙에 성공했는지는 모레(18일) 발표할 예정인 3분기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넘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다음달 열리는 공산당 대회에서 지도부를 전면 교체한 다음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공산당 체제가 일관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진핑 총서기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경제 종합 청사진인 제12차 5개년계획(2011~2015년)이 담고 있는 (수출보다) 내수,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이 적은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산업구조조정, (동부연안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부 대개발은 중국 수출과 내륙 시장 공략에 나서는 우리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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