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지 총선 압승은 민주주의 갈망하는 미얀마인의 승리다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 수지 총선 압승은 민주주의 갈망하는 미얀마인의 승리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1. 10.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개표한 결과, 무려 90% 이상을 싹쓸이했다. 집권당은 전·현직 대표까지 낙선하는 등 참패를 면치 못했다. 미얀마 군부는 “선거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의 총선 승리는 개표가 완료되는 10여일 후 공식 결정된다. 개표가 순조롭게 실시된다면 미얀마는 50년 넘은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수지 개인으로서는 15년의 가택연금 등 27년 민주화 투쟁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르면서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갈망해온 모든 미얀마인의 승리이다. 똑같이 군부독재를 겪은 한국인으로서 환영과 경의를 보낸다.

물론 선거 한 번으로 미얀마 민주주의가 완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군부가 권력 유지를 위해 숱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미얀마 헌법은 상·하원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야당이 집권하려면 군부 할당 의석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행 헌법상 수지는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 외국 국적의 배우자나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영국인과 결혼하고 두 아들 역시 영국 국적인 수지를 겨냥한 것이다. 더군다나 군부는 국방부, 내무부, 국경경비대 등 주요 3개 부처 장관을 지명할 권리를 갖고 있다.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군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군부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했던 지난 1990년 총선 때도 부정선거라며 선거 자체를 무효화시킨 바 있다. 싫더라도 군부와 동반자가 되어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_경향DB


수지와 미얀마의 민주화 작업은 이제 막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투쟁을 통해 민주화 실현 기회를 얻어낸 만큼 앞으로는 절차적, 실질적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도록 군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법 개정 등 비민주적 제도와 법률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고된 민주화 여정을 승리로 장식한 미얀마와 수지가 앞으로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믿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