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16일 터키 지중해 연안의 가장 큰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안탈리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 러시아인 등 유럽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관광지이고 페르게·시데·아스펜도스 등 로마 역사 유적지가 가까이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이곳에서 세계 주요 정상들이 G20의 전통적인 의제인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공동의 대처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고는 있지만, 세계 경제를 견인할 정도가 되지 못하고, 중국 경제는 성장통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으며, 유가 하락에 따라 산유국의 저성장이 뚜렷한 가운데 에너지 소비국의 경제 역시 미진한 성장세로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활력을 찾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90%, 무역의 80%,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G20 국가 지도자들에게 경제활성화 방안 마련이 무거운 과제가 되고 있다.
터키는 주최국으로서 G20 정상회의에서 포용성(Inclusiveness), 투자(Investment), 이행(Implementation) 등 3개 ‘I’를 제시하고 있다. ‘포용성’과 관련하여 국내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국제적으로 저소득 개발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투자’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세계무역 활성화에도 중요하고 중소기업이 고용의 60~65%를 차지하고 있음을 착안하여 중소기업 간 협력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이행’의 경우 전 지구적 금융규제, 지속적인 성장, 기후변화 대응 등 각국의 성장전략에 맞는 기존 합의사항을 실행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에서 이탈리아 엔리코 레타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_연합뉴스
터키는 이번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에너지 부문에서의 국제적 협력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터키가 중동·유럽·러시아 및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인 중심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입국과 수출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 내 에너지 허브가 되겠다는 것을 국가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라크·아제르바이잔·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원을 유럽의 수입국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에너지원이 풍부한 투르크계 중앙아시아 5개국의 대외 통로로서 그 중심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장으로서 이번 G20 정상회의를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매우 주요한 현안인 기후변화를 주제로 정상들이 심도 있는 토론을 하도록 하여 11월 하순 파리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행동계획안을 도출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이전과 달리 국제정치 문제, 즉 테러 및 난민 문제가 다루어질 것이다. 2011년 이후 전개되어온 시리아 사태가 국제정치적 안보 문제와 함께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현안을 다루었던 G20에서 정치현안이 주요 의제로 대두된 것은 처음이며 그만큼 시리아 난민 문제가 심각한 국제현안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IS 격퇴가 시급하다는 점에 모든 정상이 공통된 의견을 보이리라 예견되나 다만 아사드 정권의 인정 여부 등 구체적 해법에 대하여 미국과 러시아 간에 보여온 이견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세 아랍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14세기에 쓴 여행기에는 안탈리아가 기후가 좋아 과일이 풍성하며 사람들의 인심이 좋고 친절하다고 적고 있다. 11월의 안탈리아에도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지만 여전히 내리쬐는 햇볕으로 도시 전체가 밝은 가운데 바닷바람이 싱그러운 공기를 뿌려주고 있다. 안탈리아의 기후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국제현안의 돌파구를 찾는 계기를 마련하여 전 세계 국민들에게 상큼함을 뿌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조윤수 | 주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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