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 주석이 과연 대북 제재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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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시론]시 주석이 과연 대북 제재를 할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4. 3.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미·일정상은 연쇄 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의 엄격한 집행을 다짐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여세를 몰아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각각 만나 완전한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집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북한의 민생을 해쳐서는 안되고 6자회담도 재개돼야 하며,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와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므로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의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고 원유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대북 제재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므로 시 주석의 메시지는 객관적인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 ‘희망적인 사고’로 중국도 엄격한 대북 제재를 전면 시행할 것이므로 조만간 북한이 북핵문제 등 안보문제에서 양보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시 주석이 집행을 다짐한 것은 안보리 결의 자체이고, 결의안 2270은 다양한 대북 제재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긴장 고조행위 자제, 6자회담 재개 등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도 담겨있는 점을 주목하는 게 현명하다. 특히 중국은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제재와 동시에 협상도 병행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고 미국도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므로, 만약 북한이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재개하자는 중국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다면 자칫 우리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의 국가원수가 제재와 협상 병행, 사드 배치 반대 및 북한의 민생 저해 자제를 명확히 주장했기 때문에, 향후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된다.

한·중도 미·중도 ‘긴장’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위 사진). _연합뉴스


이렇게 보면 제재만으로 북한의 행태를 변화시키겠다는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란, 리비아 등과 달리 북한은 자력갱생 경제기조를 갖고 있고 대외의존도가 크지 않으므로 제재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 더구나 쿠바가 50년 이상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버텼다는 것을 보면 북한이 단기적으로 항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히 우리는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목적은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고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없애며 나아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면서 호혜적인 경협을 증진해 대박이 되는 평화통일을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북한 정권을 아프게 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국가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작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먼저 핵을 가진 북한이 우리를 멸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냉철하게 보면 우리는 절대무기뿐 아니라 그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을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의 힘을 믿고 호가호위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미국의 보장이 불확실하면 우리는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핵 개발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대가로 북한의 핵공격 시에는 미국이 자동적이고 즉응적으로 북한을 핵으로 응징할 것임을 확약하는 한·미조약을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전술핵을 조건부로 재배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것이 예상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전술핵을 또다시 철수시킬 것임을 다짐하면서 설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국가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뒤, 정부는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의 동시 병행 개최를 상호안보 원칙에 따라 창의적으로 주도해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대박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애국심과 지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지도력이 결합하면 국가 위기를 민족중흥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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