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5월 유럽대륙의 중앙부인 폴란드 오비시엥침에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가 세워졌다. 처음 사용된 살인무기는 자동차 배기가스였다. 엔진의 배기가스가 차량 내부로 유입되도록 한 밀폐트럭에 태워 소련군 포로와 공산주의자들을 질식사시켰다. 가스실 처형이 시작된 건 1941년 9월부터다. 공기와 접촉하면 맹독성 청산가스로 바뀌는 시안화계 화합물 ‘치클론-B’를 가스실에 주입해 학살했다. 단 50g의 치클론-B로, 5000명을 학살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42년부터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본격화되면서 유럽 각지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로 밀려들었다. 하루 최고 9000여명이 독가스실에서 숨졌다.
최근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이 인체를 대상으로 가스실 실험을 한 사실이 밝혀져 독일과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들이 지원하는 로비단체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이 건장한 젊은 남녀 25명을 매주 1회, 3시간씩 한 달간 질소산화물이 포함된 디젤 배기가스를 마시도록 한 뒤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실험에 동원했다고 30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독일차 업체들은 인체실험을 하는 줄 몰랐다고 발뺌하지만 독일 정부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과거 독일의 가장 어두운 역사로 남은 끔찍한 나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논평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철저하다는 독일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놀라울 뿐이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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