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동해이름 사이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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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동해이름 사이버전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4. 22.

유인화 논설위원

지난 20일 오후 휴대폰 카카오톡에 이런 글이 떴다. “동해를 일본에 넘겨줄 것이냐 아니냐를 미국에서 21일까지 투표한대요. 인터넷에 ‘백악관 동해’라고 치시고 들어가서 투표하세요. 일본인들은 투표 열심히 하고 있대요…우리 동해바다를 일본에 넘겨주지 맙시다!!!” 이 글은 SNS를 타고 급격히 확산되면서 기자에게도 전달됐다.

최근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동해’ 표기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사이버전쟁이 뜨겁다. 지난달 미 버지니아주 한인회가 백악관 홈페이지 온라인 청원코너인 ‘위 더 피플’에 ‘미국 교과서에 일본해로 표기된 내용을 동해 표기로 바로잡아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촉발된 캠페인이다. 21일 현재 한국인은 6만여명, 일본인은 1만50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한동안 백악관 홈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한·일 누리꾼들의 ‘전쟁’이 치열했다. 백악관은 2만5000명 이상이 서명한 민원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밝히거나 공청회를 열어 타당성을 검토한다고 한다.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으로 어선들이 조업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I 출처:경향DB

아울러 23~27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제18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와 일본해 병기문제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일의 이름전쟁은 한층 격렬해질 듯하다. 항로안전을 위해 바다지도를 발간해 온 IHO는 1953년 발간된 3판 최신판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했다. 한국은 1992년부터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해 왔지만 미국, 영국 등이 일본해 표기를 지지해 총회 때마다 쓴잔을 마셔왔다. 2007년 총회에서도 한·일 대립으로 지도책 개정판은 불발됐다.


현지 분위기도 일본해 단독 표기안을 표결에 부치자는 일본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동해/일본해’ 병기안 표결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정부는 “일본해 단독 표기를 꼭 막아내겠다” “최악의 경우 동해 표기부분을 공란으로 발간하는 방안도 상정하고 있다”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IHO총회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교과서와 지도에 동해로 표기하게 하기 위해 타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꾸준히 확보하고 연구조사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각국을 설득하는 홍보매뉴얼 등 장기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동해지킴이라는 사실만으론 국제무대에서 ‘동해’를 인정받을 수 없다. 지속적이고 논리적인 대응만이 동해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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