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드론과 꺾어진 총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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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드론과 꺾어진 총의 역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7. 17.

브랜든 브라이언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미 공군 조종사 일을 그만두었다. 조용한 평야지대인 뉴멕시코 기지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듯 컴퓨터 화면을 보며 몇 가지 조작을 하다 단추를 누르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러면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죽는다. 어느 날 모니터에 아프가니스탄의 진흙 지붕이 나타나자 단추를 눌렀다. 이제 무인공격기(드론)가 지붕 위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런데 3초 전 모니터에 아이가 보였다. 취소 버튼을 누를 시간은 지났다. 화면에 흙먼지가 가득했다. 곧 흙먼지가 가라앉았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미국이 대테러 작전에 활용하고 있는 무인항공기(드론)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 보좌관으로 드론 활용작전을 주도했던 존 브레넌은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가 전쟁 희생자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인간적”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 국방회관에서 열린 합동무기체계 소개회에서는 꺾이는 국산 총이 공개되었다. 군인이 자기 몸을 안전하게 숨긴 채 쏠 수 있는 총으로 세계 3번째 개발이라고 한다. 적은 희생 혹은 최소 비용으로 더 많은 적을 죽일 수 있는 안전성·효율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꺾이는 총 역시 드론만큼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론과 꺾이는 총의 안전성과 효율성은 여러 국가들이 이 첨단무기의 생산을 늘리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안전무기를 갖게 됐다고 치자, 오히려 안전의 이익은 사라진다. 모두의 안전은 누구도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도 상호 무기 증강으론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소 간 상대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만들지 말자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도 위험성을 서로 노출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이 공포의 균형, 상호확증파괴(MAD)가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을 비롯한 기술선진국들이 안전무기가 있으니 인간적으로 전쟁을 해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값 싸고 조종사가 희생될 걱정이 없다는 점 때문에 미·중 간 불의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죽음의 공포가 제거된 전쟁, 안전한 전쟁은 안전핀이 빠진 수류탄처럼 전쟁의 불집을 터뜨린다. 인간이 전쟁을 피하려는 것은 목숨을 잃을 위험성 때문이다. 전쟁,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이대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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