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한·중에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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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올림픽이 한·중에 남긴 과제

by 경향글로벌칼럼 2022. 2. 23.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잔치가 끝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성공 개최를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사뭇 달랐다. 개회식 때부터 시작된 각종 논란으로 ‘지구촌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는 평가다. 개회식 한복 문제에서 시작해 쇼트트랙 편파 판정 시비로까지 이어진 이번 올림픽 논란은 국내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들이나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국민들로서는 심판의 편파 판정이나 오심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쇼트트랙 경기에서의 석연치 않은 판정은 국민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개회식 한복 논란은 의외였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중국의 56개 민족 대표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가운데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중국이 한복을 자기네 것이라 우기려 한다’는 반응이 나오며 비난 여론이 커졌다.

중국에서 중요 행사 때 조선족을 비롯한 각 소수민족 대표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참석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한복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때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의 모습은 한국인들의 눈에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2017년 ‘사드 갈등’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확산된 반중 정서, 김치나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일각의 주장으로 쌓여온 분노 등이 폭발했다는 해석에 동의한다. 하지만 중국이 특별히 개회식에서 한복을 부각시킬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보다는 민족 통합을 강조하고, 소수민족 인권을 탄압한다는 비판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커 보였다. 신장의 위구르족 출신 선수를 개회식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문화공정’을 주장하며 반중 정서를 부추긴 것은 적어도 이번 사안에 있어서는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누가 승자가 되든 대선 이후에는 한·중관계를 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마침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지난해부터 ‘한·중 문화교류의 해’가 운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적 교류가 제한되면서 양국 간 얽힌 실타래를 풀 만한 이렇다 할 계기는 보이지 않는다. 올림픽을 통해 확산된 반중 정서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듯하다.

‘반중·반한’ 정서는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모두에 해결해야 할 큰 숙제가 됐다. 중국에서도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인 제공자는 중국이며, 공도 중국 손에 있다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수년째 ‘한한령’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교류를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도 감정보다는 실익을 우선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올림픽을 계기로 확산된 국내 반중 정서를 다룬 기사에서 한·중 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임을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고 대북 관계에 있어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중국도 미국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과의 갈등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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