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성인 절대다수가 북한문제 전문가인 남한사회에서 관심 1순위인 이 사안, 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인가, 불안정한가? 김정은 체제를 보는 외부 두 시선이 있다. 하나는 젊은 김 제1위원장 통치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매우 불안정하다는 시선이다. 이 시선은 김정은 체제가 조기에 붕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정반대 시선도 있다. 김 제1위원장 통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 체제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시선은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김 제1위원장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남한사회에 두 시선은 팽팽히 맞서 있다.
김정은 체제는 불안정한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말할 때, 회자되는 것은 역시 김 제1위원장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이다. ‘패륜을 저지르고 배은망덕한’ 인물로 묘사된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남한사회와 국제사회의 우려가 젊은 지도자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후 다소 파격적인 김 제1위원장의 행보도 그에 대한 불안한 눈길을 늘리게 하기도 했다. 잦은 엘리트 교체 과정에서 김 제1위원장의 지도력과 통치력에 대한 물음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은 20, 30년 통치를 염두에 두면서, 그 체제 구축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장성택 처형을 감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 번의 충격으로 김 제1위원장에게 도전하는 개인이나 세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판단이었던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를 계승한 측면도 있지만, 구시대와의 단절을 통해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로 빠르게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한 충격요법을 통해 보여 준 것이다.
그 처형은 김정일 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은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장성택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김정은 체제 구축을 위한 확실한 청산에 방점을 찍는 정치적 판단이었다. 외부에서 어찌 보든지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판단이었고, 그것은 자신의 안정적인 체제 구축을 위한 선택이었다. 장성택 처형 이후 권력 내부의 갈등이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인가? 2013년 12월17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는 ‘김정일 유훈통치’를 마무리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한 행사였다. 권력구조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 제1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김정은 ‘단일권력체제’로 빠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고, 김 제1위원장에게 개별 엘리트들이 종적으로 충성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수령제 권력구조를 표방하는 북한 정치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당비서로의 복귀와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총정치국장 임명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최룡해 해임을 숙청, 제2의 장성택 사태로까지 확대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최룡해는 숙청된 것이 아니라 군부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직할통치가 가능해지면서 당으로 원대 복귀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가는 징표가 최룡해의 당비서 복귀인 것이다. 앞으로 최룡해 당비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의 역할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의 빠른 권력 재편 과정에서 당·군·정 및 사회 전반에서 권력교체, 세대교체 흐름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어떤 대내외 정책을 집단적으로 판단하며 김 제1위원장을 보좌하고 있는가? 외부에서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김 제1위원장을 떠받치는 당·정·군의 40~50대 신진엘리트들의 결집과 부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20~30년 정권을 지향하는 김정은 체제의 대내외 정책 밑그림을 그리면서 김 제1위원장에게 중요한 정책적 판단을 조언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정치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다. 김정은표 북한, 김정은 정치체제는 현재 안정적인 경로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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