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발사와 핵실험으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지난 20여 년간 반복적으로 겪어온 일인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핵실험만 벌써 세 번째다. 그런데 새로운 ‘자신의 시대’를 개막하려는 김정은 제1비서는 외부 위협에 대한 ‘핵 억지력’ 확보만으로 과연 북한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까?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미국 등 6자회담 참여국들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주고받기에 동의함으로써 9·19공동성명이 나왔다. 그런데 6자회담 참여국들의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 완성을 통해 안보상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경향신문DB)
그렇다면, 북한은 대외위협에 대한 핵 억지력 확보만으로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북한의 전략과 정책이 갖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첫째, 어느 나라도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안보 억지력 확보만으로는 생존과 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 북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역동적이며 보다 근본적 힘의 원천이 되는 경제발전이 필요하다.
둘째,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해서 보다 더 나은 안보상황을 기대할 수 없다. 북한도 남한처럼 주변 강대국들과의 핵무기 경쟁에서 기술과 자원의 한계를 느낄 것이며, 핵경쟁으로 초래된 주변국들과의 적대와 긴장 관계는 북한의 무역, 경제발전 등 비군사 부문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셋째,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생활의 향상’은 정치가 존재해야 하는 핵심적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인민의 복지향상은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이 돼야 가능하며, 현 상황에서 개혁·개방의 성패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핵, 로켓, 장거리미사일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
넷째, 최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 소련 등 강대국에 대한 균형적인 접근을 통해 추구해온 가치와 목표, 즉 ‘외교에서의 독립성 확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국과 더욱 관계개선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처럼, ‘민족’도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수천 년 동안 단일민족의 경험을 가진 민족이다. 남북한 지도자들에게 민족화해와 분단극복은 정치명분 중의 명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위의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 미국은 재정절벽과 국가부채 문제로 정신이 없고,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를 중단한 채 대신 이란핵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열면서 G2 국가인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미국의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를 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북한으로서는 당장 중·미 양국으로부터 어떤 배려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김정은 제1비서가 주변국 지도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북협력(‘신뢰 프로세스’)을 공약하고 당선되었고 또 현 상황에서 어찌 보면 유일하게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는 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적극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관계의 회복, 미국의 대북 평화공존 추구,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함으로써 현 상황을 통제하고, 앞으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 지도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현 상황을 결정적인 역사전환의 기회로 만든다면, 이는 우리 모두가 ‘분열’의 정체성을 극복하고 온전한 ‘하나’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본격적인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업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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