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남북경협, 김정은 개혁·개방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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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특파원칼럼]남북경협, 김정은 개혁·개방 이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7. 25.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북한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으로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이 내보내는 변화의 신호가 개혁·개방의 징조라기보다는 대외선전 측면이 짙다는 것이 베이징에 있는 대북 소식통들의 해석이다. 연기만 나는 불발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이 명실상부한 개혁·개방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는 것은 기대 섞인 관측일 뿐이란 분위기다.


한 대북 소식통은 “아직은 이미지 메이킹 차원일 뿐 가시적 조치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소모성 자원 낭비가 많고 정책적 변화의 기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관료들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동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분석도 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체제의 관성이 쉽게 변할 수 없으며 개혁안을 제시했다가 숙청당한 전례가 적지 않다”면서 “어느 누가 자기 목숨을 걸고 개혁방안을 제시하겠느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에 인공기가 조기로 걸려 있다. (경향신문DB)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개혁·개방을 하려면 돈과 노하우, 국제환경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화교들이 돈을 댔고, 경제특구를 만들고 자본주의를 학습하는 식으로 노하우를 배웠으며,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개혁·개방이 주춤했지만 미·중 데탕트 분위기 등 국제 환경도 따라줬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을 중심으로 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만큼 북한 지도부가 결연한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분위기가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최근 수년간 남북경협이 실종된 사실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남북경협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돕는 지렛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대북 퍼주기로 격하돼 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남북경협의 실종과 무관치 않다. 북·중 경제협력이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접경지역 인프라구축,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확보라는 경제적 동인에 의해 추진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의 안정적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점진적인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장기적 포석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북·중경협을 굳이 북한의 ‘동북 4성화’로 보면서 부작용만 부각시키려는 시각도 바람직하진 않다. 


한 조선족 학자는 “북한은 자국 경제의 중국 예속화 진단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북한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면 북한 정권의 자주성을 폄훼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격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착되는 북한이 중국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경제 의존도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중국 종속 논란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남북경협과 북·중경협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데 우리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북한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제한적이지만 내부적인 개혁과 대외적 개방을 추진해왔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북·중·러 국경지역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 한·미·일이 참여하고,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의 참여를 권장하는 방안도 오래전부터 제시돼 왔다. 북한의 변화를 지나치게 개혁·개방과 연결시키는 억지 해석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애써 외면하는 듯한 일부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도 문제다.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싹을 키워주는 방안이 없는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 역시 대중국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과의 경협 확대를 통해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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